셔츠 11회
“아! 시원해!”
여자는 한 손으로 입을 쓱 닦는다. 입 주변에 묻었던 거품이 여자의 손 등으로 옮겨 앉는다.
여자는 그 손등을 허벅지 뒤쪽으로 옮기더니 바지에 문대면서
“저녁 찬으로 고등어 드셨지요?”
하고 묻는다. 그는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아까 손으로 배를 문지르시면서 오셨잖아요. 아마 짜게 드셔서 그럴 거예요. 저도 가끔은
간 고등어 튀겨 먹고 속이 더부룩한 적이 있거든요. 워낙 좋아하다보니 짜다는 것을 생각하
기 전에 많이 먹기 때문에요.”
한다.
그녀가 남은 맥주의 잔을 비울 때쯤 후라이드 통닭이 그들 앞에 놓였다. 그녀는 빈 잔을 종업
원에게 주면서 한 잔 더 달라고 한다. 곧 그녀 앞에 생맥주 한 잔이 놓인다. 그녀는 다시 잔을
들어 건배하는 시늉을 하고 한 모금 마시더니 닭 날개를 집어서 그 앞의 개인 접시에 올려주면서
“다리는 내가 먹을게요. 선생님은 날개를 드세요.”
하면서 그를 보고 웃는다. 하얀 이가 가지런하게 드러난다.
“왜냐 하면요. 저는 하루 종일 서서 근무를 하잖아요. 그래서 다리를 먹어야 든든하게 서서 일
할 수 있고요. 선생님은 제가 보기에 아무래도 한 번 쯤 날개를 펴고 날아야 하실 분이라는 생각
이 들었거든요.”
하면서 그녀는 다리의 가장 살이 많은 부분을 찢어서 한 입에 넣고 씹기 시작한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지요?”
그는 그녀 혼자 말하게 하는 것이 예의상 어긋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한 마디 거들었다.
“그건요…….”
그녀의 말꼬리가 늘어진다.
“오늘 시간 넉넉하세요? 피곤하시면 집에 가셔서 쉬셔야 하지 않나요? 내일 출근하시려면 일찍
쉬셔야 할 텐데요.”
술기운이 도는지 그녀의 말이 길어지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편하게 쉬었더니 그다지 피곤하지 않네요.”
“그럼, 제가 말 좀 많이 해도 되나요?”
“그러세요.”
그는 잔을 들어 남은 맥주를 한 입에 털어 넣는다. 맥주를 삼키느라 그의 목울대가 위로 오르고
내린다. 트림이 나오는 것을 그는 꾹 참는다.
“그럼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실래요?”
그녀는 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인지 잔을 들어 반 이상이나 남은 맥주를 한 번에 마시고
다시 한 잔을 주문하고 아직 남아있는 통닭 다리 부분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니까 한 칠 년 전의 이야기에요. 물론 그 때 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이지만요.”
문득 그는 긴장한다. 아무래도 느낌이 그녀가 이제 시작하려는 이야기의 내용이 자신과 관계되는
이야기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가 짧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
서 침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