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12회
“한 칠년 전, 그 날도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려고 물건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 때는 저의
매장이 지금 있는 자리가 아니고 에스컬레이터가 올라오는 코너에 있었거든요. 아직 문은 열었
지만 판매를 시작하지는 않은 이른 시간이었는데 젊은 여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었어요. 키는 저보다 조금 작아보였고 몸은 저보다 조금 더 좋아 보였어요. 물론 나중에 확
인 한 것이지만 그 때 내가 본 모습이 맞았거든요. 그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곧 매장을
한 바퀴 돌았어요. 하지만 그녀가 한 바퀴 돌쯤에 모든 매장은 준비가 끝이 나서 누가 오늘 첫
개시를 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요. 당연히 모든 매장의 직원들은 그 여자의 행동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요.
조금 숨이 찬지 그녀는 다시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안주는 먹지 않는다. 아마 말을 하려면 입
안에 음식을 넣고 있는 것이 신경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그녀가 한 모금 마실 때 함께 마
셨다.
“한 바퀴 다 돈 여자는 제가 서 있는 매대 앞으로 왔지요. 그리고 셔츠를 살피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지 들었다 놓았다 하더니 가격표를 보고는 셔츠를 내려놓고 저의 매장 옆
에 있는 할인 매장으로 돌아서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 때 다른 날도 마찬가지겠지만 첫 손님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돌아서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기억나세요? 아까 선생
님께 한 말이요?”
그는 그녀가 그에게 처음 한 말을 되새겨 기억해 본다.
“고객님! 셔츠는 제 철에 제 상품을 사시는 것이 가장 좋답니다.”
라고요. 그랬더니 여자 분이 다시 돌아서서 제게 오는 것이었어요. 그리곤 왜 그러냐고 물었고
저는 대답을 해 주었지요. 제 철 과일이라는 말을요. 그러자 그 여자 분은 처음 보았던 셔츠를 사
는 것이었어요. 사이즈 100으로요. 그 후에 그 여자 분은 계절이 바뀔 때는 당연히 오셨고 그
외에도 때때로 한 번씩 오셔서 다른 매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게 와서 셔츠를 사 가셨지요.
그런데
그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그래서 아내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 늘 같은 상표의 셔츠를 그에게
입도록 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요?”
“아! 제가 너무 말이 많지요? 아니 말이 너무 빠른가요?”
하긴 그는 그녀의 말이 많이 빠르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전철을 타면 만나게 되는 장사꾼들의
말처럼 말이다.
“아니 괜찮아요. 들을 수 있어요.”
“아까 선생님께서 저의 매장에 오셨을 때에 나는 그 여자 분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간 고등어를 좋아하시는 것도 알았고요. 사실 저는 간 고등어를 특별하게 좋아
하지는 않아요. 그냥 엄마가 해 주시면 먹는 정도이지요.”
“그걸 어떻게…….”
“언젠가 그 여자 분이, 아니 이제는 사모님이라고 불러드려야 맞는 것이지요. 그 사모님이 식품
매장에 먼저 들렀다 오셨는지 손에 간 고등어가 들려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물었지요. 그랬더니
사모님께서 선생님이 간 고등어를 너무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래도, 내 아내가 단골이라는 것을 어떻게……. 그리고 내가 그 여자 손님의 남편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