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16회
뒤에서 선생님! 하고 그 여자가 부른다. 그가 몸을 돌리는데 그 여자가 그의 곁으로 다가 선다.
“아니! 어떻게?”
“동료들이 먼저 들어가라고,”
“그래요!? 잘 되었네요.”
“그런데 동료들이 잘 해야 한다고 하면서…….”
여자의 얼굴에 홍조가 끼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 동료들이 무슨 뜻으로 한 말인
지 짐작을 해 본다. 여자에게 남자가 찾아갔으니 으레 그런 관계라는 생각을 하고서 하는 말일
것이다.
“저녁 식사는요?”
“저녁을 다섯 시에 먹기는 했는데…….”
“그럼 호프집 말고 식사를 할 만 한 집으로 갑시다.”
여자는 그가 처음 느낀 것처럼 활달하고 적극적이었다. 아니 어쩌면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
신의 생각을 우선하는 성격일 수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방식이 싫다고는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아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 아내는 식사 시간에 조용히 그의 식사를 보살피는
성격이었는데 여자는 자신이 맛있다고 판단하는 반찬을 그의 숟가락 위에 얹기도 하고, 이것이 좋
다거나 저것이 맛있다고 하면서 은근히 강요하는 성격인 것이다.
술도 그렇다 그의 아내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한다. 그런데 여자는 술을 즐긴다. 그의 아내는 말
도 조근조곤하곤 했지만 여자는 쉼 없이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며 자신의 말에 동의하기를 원하곤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그는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내와 전혀 상반되는 성격의 여자와
하는 식사는 그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기에 여자의 뜻에 맞춘다는 것이 습관적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니기 때문이다.
“술 더하실래요?”
그는 빈 병을 보면서 여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요?”
여자가 되묻는다. 그 말은 그가 술을 더 한다면 자신도 더 마실 수 있다는 대답의 다른 표현이었다.
“그럼 한 병만 더 합시다.”
그는 식탁위의 벨을 누른다. 그리고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한다. 그들은 식사를 곁들여 소주 두 병
을 마시고 일어섰다. 여자는 일어서면서 잠시 흔들리는 것 같더니 일어선 후에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은 것처럼 걸었고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안다. 여자는 지금 상당한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이며 자
신과 헤어진 후, 또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취하여 쓰러질 것을. 식당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곧 여
자의 팔이 그의 팔을 감싸 쥔다.
“선생님, 팔짱 껴도 되지요?”
“먼저 끼고 껴도 되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대답하지요?”
그는 웃으면서 그녀의 팔짱 끼기를 허락한다. 여자의 걸음이 조금 흔들릴 때 마다 그녀의 가슴이
그의 팔꿈치에 닫는다. 그는 ‘다른 남자들도 그럴까? 이럴 때 느끼는 감정이’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능한 자신의 팔꿈치가 여자의 가슴에 닫지 않도록 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이미 술이 얼큰한 여자
는 전혀 그런 것을 관계치 않고 팔짱낀 손에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