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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11/ [반찬가게]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4.01.26|조회수14 목록 댓글 0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11

 

[반찬가게]

전 회의 ‘아내 없을 때’는 사실 이 글을 쓰려고 하면서 쓴 글이다이곳 조치원으로 이사와서

몇 곳의 음식점과 찬 가게를 들러 보면서 내게 적당하게 맞는 식당과 찬 가게를 찾았고

그 덕에 가까이 대화를 할 만한 벗이나 술친구가 없는 이곳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얻곤 하기

때문이다오산에 살 때에는 수원이나 오산에 가까이 글벗이 있고지인도 있어서 집에서 술

을 잘 마시지 않았는데이제는 습관이 돼서 그런지 당연하게 생각하는 생활방식이 되었다.

 

4년 전 조치원 시장에 반찬 가게는 몇 곳 되지 않았다그 중에 한 가게를 단골로 정해놓고

딱 한 가지 음식인 육개장을 사다 먹는데다른 여러 종류의 반찬들은 집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했고관심도 없기 때문인데아내가 하루 이틀 집을 비우면 필수 코스가 되어

있는 가게이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반찬가게가 몇 곳 더 늘었다는 것이다아마 같은

업종의 가게로서는 노점을 합친 야채 가게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수의 가게가 반찬가게였

으니 말이다한두 집 건너 반찬가게가 보였고그 모든 가게가 장사가 잘 되는 느낌이다내가

가는 가게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늘 손님들로 가득했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반찬을 잘 해 먹지 않는 다는 반증일 것이다내 어릴 적 전곡읍의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본 기억은 없다하긴 시골에는 들에 널린 것이 찬 재료였으니 그렇겠지만,

4-50대 도시 생활에서도 반찬 가게를 더러 보기는 했어도 이렇게 많다는 것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문득 우리 아파트의 한 집을 이야기해야겠다중학생 정도의 학생 한명그리고 초등학교 학생으

로 보이는 학생 한명그리고 애완견 한 마리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부모그렇게 한 가족을 이루

고 사는 집인데이 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택배 때문이었고하필이면 이 댁이 일층 엘리베

이터 앞이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눈을 의심한 택배를 보았다햇반 박스대충 세어 봐도 4-50

는 되 보이는 수량전에도 다른 집에 비해 택배가 참 많이 오는 집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햇반까

지 택배를 시키는 집그러면 이 집은 아예 음식을 만들지 않는 집인가싶은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라면 정도는 끓여먹겠지정도로 결론을 내고 말았는데,

 

 그 후로는 묘한 관심이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내리면서 그 집 현관 문 쪽으로 눈이 가고 만다

매일 그렇게 택배 박스가 두 세 개씩그리고 틈틈이 음식점 포장 그릇이 놓여있기도 했고그런데

어느 날 보게 된 생수 택배큰 페트병 6개 묶음의 생수 뭉치가 세 묶음이 있는 것이다저 물로 며칠이

나 마실까음식을 하지 않더라도적어도 라면 끓이는 물과 차를 끓이는 물그리고 마시는 물칫솔질

하는 물저 가족들이 저 물을 사용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별별 생각이 다 든다집에 정수기 하나

놓으면 될 것을싶기도 했다.

 

어쩌면 그 집 부부의 일상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그러고 보니 주방에서 만드는 음식보다

인스턴트 음식과 통일된 재료와 방식으로 제조되어 판매하는 간단한 음식에 적응되어 가는 요즘 젊은

세대어린 세대들그들이 엄마의 손맛을 얼마나 기억하게 될까하는 아쉬운 생각이 드는 날이다.  

 

*이 글을 쓴 후 어느 날 낮냉커피로 보이는 플라스틱 잔 두 개와작은 포장 봉투(내 생각에는 조각

케잌)를 들고 현관 벨을 누르는 젊은 사람을 보았고, 계란 두 판이 포장되어 현관 앞에 있는데 모 택배

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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