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19
[문단 20년, 문학 활동3]
나는 밴드나 단톡 같은 곳의 활동에 참 게으른 사람이다. 댓글을 쓴다거나 답 글을 달아
주어야 하는 부분에 늘 게으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글에 정성껏 댓글을 달아준 분들
께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도, 습관이 그렇기 때문인지, 참 쉽게 댓글이나 답 글에 손
이 가지 않으니,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끄럽기도 한 부분이다.
그저 겨우 한다는 것이 다른 분들의 작품을 읽은 후 좋아요! 를 눌러주는 정도이고, 그
조차 사진이나 그림을 여러 장 함께 올린 분들의 작품은 좋아요, 를 누르지 않고 지나치
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내 마음의 불편 때문이다. 먼저 작품을 읽는 동안 그 작품에 열
중하는데, 그 밑에 올라오는 그림이나 사진이 그 작품에서 얻은 느낌을 사라지게 하기
때문이다. 한두 장정도 작품과 어울리는 그림이나 사진은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은 역할
을 하지만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사진을 그것도 여러 장 올리는 것들은 대체적으로 그
작품의 의미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능한 내가 읽은 작품에는 좋아요, 라도 꼭 눌러드린다. 그 이유는 작품성보
다 앞서서 그의 수고와 애씀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나는 나의 작품에 대해 어느 분
이라도 조언해 주는 것과 평을 해 주는 것을 고맙게 여기는데, 댓글에도 감사하지만 개
인적으로 문자를 이용해 강한 질책을 하는 것도 고마워하는데 그것은 곧 내가 배우게
된다는 것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가르침보다는 함께 배움을 고집하고 있으니, 아직 등단하지 않은 분
의 글에서조차 내가 보고 느끼고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작년에 출간한 ‘문득
153’은 그런 분들이 문득 던져놓은 한 단어, 한 문장을 집중하면서 얻은 내용들로 집
필한 작품집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고집스럽게 글만 쓰고 올린다. 그 이유는 처음 등단했을 때 얻은
경험 때문인데, 당시 대부분의 작품은 그림이나 사진을 배경으로 사용해서 올렸었고 배
경 음악까지 곁들이는 경향이 많았기에, 나 역시 그렇게 하기를 즐겨했었다.
처음 얼마간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고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다시 돌아보니 내 시의
배경 그림이 내 작품이 주고자 하는 의도를 감추고 있었고, 배경음악이 그 작품과 어울
리지 않으니 오히려 작품이 가려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늘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그
에 맞는 그림이나 음악을 찾는다는 것도 그 분야에 문외한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 후부터는 그림이나 음악을 포기하고 오로지 글에만 집중하기로 했으며 지금까
지 오직 글만 고집스럽게 쓰고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후배 문인들이 몇 곳에서 등단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기
도 하는데, 그런 등단 자들 대부분이 지금 보다는 더 명성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문단
의 등단자로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나는 후배 문인
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출생 신고는 한 번으로 족하고, 그 후에는 자신의 작품으로 말
을 해야 한다.”거나 “꾸준하게 자신의 작품을 고집스럽게 자신의 색으로 쓰다보면 그
색을 인정해 주는 독자들이 있게 되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색이 묻어나는 글을
쓰라.”는 조언을 해 주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얻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문학을 한다는 것은 명예나, 존경이나,
직함보다 앞서서 나의 글에 공감하는 분들과 즐거운 교제를 나누는 것으로 족하게 여기
는 것이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