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25
[문단 20년, 시집 제목]
이번 회는 문단 20년 동안 내가 펴낸 시집의 제목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자 하는 것으로, 돌아보면
결국 내가 집필한 책의 제목들도 서정적이기 보다는 철학쪽(?)이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첫 시집 : 붉은 구름이고 싶다.
노을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보면서 느낀 것을 첫 시집의 제목으로 삼았는데, 노을을 보
면서 깨달은 것은 아름답게 물드는 구름은 바람의 이끌어 주는 도움과 햇빛이 강렬하게 비추어 주
는 도움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것처럼, 우리의 인생, 삶이란 것은 주변의 모든 상황과 환경의 도움 없
이는 아름답게 물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더불어 나의 나 됨은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의
이끌어주는 것과 밀어주는 도움이 있으므로 존재하고 늙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한 제목
이다.
두 번째 시집 : 꼴 값
문득에 꼴값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썼지만, 시집 제목을 생각할 때 이 말이 떠올랐다. 꼴값, 나는 나라
고하는 꼴에 어울리는 가치를 소유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부터, 내가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보여주
는 표정이나, 언어의 문장 사용이 작가로서의 품위나 인격을 보여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조롱이나 놀림으로 사용되고 있는 “꼴값 떨고 있네!”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면
서 정한 제목이다.
세 번째 시집 : 바다에 그늘은 없다
여행하는 중 섬 지역을 여행하는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홍도. 흑산도, 소매물도, 마라도 같은 곳인데,
배를 타면서 느낀 것이 인생은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주는 의미였다, 곧 항해하면서 그늘
을 만 날 수 있는 기회란 구름이 배 위에 걸쳐 있거나 아니면 작은 섬에라도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해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섬에 오래 머물 수 없으며, 구름은 바람이 밀어내는 힘을 거역
하지 않으니, 결국 그늘이라는 휴식은 항해하는 이들에게 잠시의 시간이 주는 즐거움일 뿐이라는 것이
었다. 그래서 세 번째 시집의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 “바다에 그늘은 없다” 이다.
네 번째 시집 : 기억과 리을사이
글을 쓰고, 여행을 하면서 내가 발견한 문장 중 “기억과 리을사이”처럼 나를 기쁘게 한 문장도 없을 것
같은데. 곧 “ㄱ과 ㄹ 사 ㅣ”에서 ㅣ를 눕히면 글이 되고 세우면 길이 되는 한글 의 조합에 관한 신비함이
었다. 그래서 내 모든 글의 총 제목이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이며 수필은 그 제목에 주제에 맞는 소제
목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소개하고 있으며, 따라서 네 번째 시집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다음 다섯 번째 시집의 제목으로는 “삶”이라는 주제를 정해보려고 한다. “삶”을 펼치면 사람이 되는 데,
삶은 살아감이라는 의미를 주지만 그 글을 확장해서 “삶는다.”라고 할 때, 모든 음식의 조리방식인 찐다,
굽는다. 튀긴다. 조린다. 는 조리 방식은 주 재료가 부 재료를 소유하지만 주 재료는 “자신을 내어주지 않
는 것,” 이라면 삶는다는 방식은 “다 내어주고 다 받아들인다.” 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공존, 공유, 더불
어, 어울림, 그런 의미를 주는 것이기에(백숙 같은 경우) 그 의미를 담은 제목으로 출간해 보려고 하는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