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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수필 산문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26/ [문단 20년, 나는 장애인]

작성자고정현|작성시간24.05.18|조회수16 목록 댓글 0

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26

 

[문단 20년, 나는 장애인]

나를 아는 분들은 “내가 장애인”이라고 말하면 놀란다. 하긴 놀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한 것은 겉으로 보면 너무 멀쩡하기 때문이다. 말이나 행동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고,

먹고 마시는 것도 잘 하고 여행도 즐기고, 그러니 장애인이라는 말에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

울 것이지만, 설명을 하고 나면 고개를 끄덕여 인정을 해 주는데, 그 사정을 소개해 드리겠다.

 

“후궁인대 골하증”이라는 병명을 아시는 지? 하긴 나도 내게 증상이 나타나서 알게 된 병이

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듣기 힘든 병명일 것이다. 이 ‘후궁인대 골하증’이란, 목뼈가 자

라는데 이로 인해 일어나는 어떤 상황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병이기에 그 이야기를 해 드리도록

하겠다.

 

이십여 년 전, 운동을 하다가 뒤로 넘어졌는데, 그 때 두 팔에 강한 전기 충격 같은 충격을 받았

고, 그 후로 손에 힘이 빠지고 나중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아내가 그런 나를 보더니 마을의 70대로 보이는 의사가 운영하는 의원으로 나를 데리고 갔고,

그 의사는 내 형편을 살펴보더니 바로 Mri를 찍어 상계백병원으로 가서 000의사를 찾으라고

권한다. 즉시 서두르라는 말과 함께 그러면서 Mri를 찍을 병원을 소개한다.

 

그 병원은 mri기를 막 설치해서 가격이 반값이라서 소개를 해 주었는데, 의사는 연대 세브란스

교수를 은퇴한 위사여서 세브란스병원으로 가게 해야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은 당시 데모 중에 있

었고, 마침 그 의사의 제자가 상계백병원에 있는데, 믿을 수 있는 의사이니 그리 가라는 것이다.

 

mri를 찍어 원본을 들고 백병원에 간 날이 토요일, 응급실로 들어가니 연락을 받았는지 곧 수액

을 놓아준다. 하지만 병실이 없어 월요일에나 병실로 올라간다는 말에 집에 갔다가 월요일에 다

시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담당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바꿔준다. 마침 그 의사는 근무하지 않는

날이었고, 의사가 말한다. 수액에 필요한 응급약을 처방해서 처치하는 중이니 의자에 앉아서라도

맞으라는 말이었다.

 

월요일, 의사에게 불려 가니, “후궁인대 골하증” 이라며 설명을 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의 목에는 뼈가 있고 그 뼈는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자라는데 그 자라는 속도가 10만 명당

한명 꼴로 빠른 이들이 있으며, 그런 사람들은 목에 충격을 받으면 다른 이들은 주무르거나 파스

면 해결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바로 목 밑으로 전신 마비가 되는 병이라는데, 목울대 쪽으로 수술

할 수 없기에 경추 쪽으로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9시간의 긴 수술, 그 결과는 경추 일곱 마디 중 네 마디를, 의사말로는 성형이라고 하지만 사진을

보면 그 네 마디에 이물질(보철)을 삽입해 충격을 받아도 목뼈가 신경을 누르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수술을 한 것이다.

 

의사는 수술 후 장애 등급을 받는데 2등급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경추 장애 등급은 최고가 5등급,

6등급 두 등급밖에 없어서 5등급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 결과 고개를 좌우로 40도 정도(운전석에

앉으면 좌우의 후방 거울을 볼 수 있을 정도.) 위로 30도, 아래로 내 발 끝을 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

고, 누가 뒤에서 부르면 몸을 돌려야 그를 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좋은 점도 있다. 여행을 즐기는데, 무궁화호는 50%, 그 이상의 열차는 주중 30%의 할인을 받으니

여행비를 상대적으로 덜 쓴다는 것, 그 외에도 극장 50% 등 할인이나 무료로 혜택을 보는 것이 적지

않으니... 물론 생활에도 큰 불편이 없다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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