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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은 시

번개와 벼락의 춤을 보았다 / 박현솔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0.02.19|조회수42 목록 댓글 0


                                                                     번개와 벼락의 춤을 보았다


                                                                                  박 현 솔


 번개를 맞아 까맣게 타버린 나무. 전율을 느낀 영혼은 몸이 들리던 순간에 몰두한다.  음악이 어두워진 몸속을 흘러 다니고 주름들이 물결을 만든다. 풍랑이 일고 너울이 거세진다. 주름들이 활짝 펼쳐질 때, 어떤 간구는 신에게도 감동이다.

 

고대 원주민들은 태어나거나 결혼할 때, 생을 마감할 때 춤을 추었다. 존재가 성숙해지는 것은 신의 은총이다. 고기를 잡으러 갈 때와 씨를 뿌릴 때에도 춤을 추었다. 존재를 먹여 살리는 것 역시 신의 은총이다. 강이나 들판이 숙성되는 동안 박자도 느리게 흘러간다.

 

가뭄이 들거나 부족 간에 전쟁이 벌어질 때 전사의 후예들은 춤을 추었다. 존재가 심약해지는 것은 신의 소관이고, 두려움과 공포가 사라질 때까지 둥글게 모여 춤을 추었다. 신을 경배하기 위해 춤을 추고 적을 교란시키기 위해 춤을 추었다. 붉은 칠을 한 전사들의 화려한 몸짓은 생명의 지속을 갈구하는 춤.

 

이전의 춤은 부족원에게 자랑스럽게 전승됐지만 오늘날 청춘들은 불안과 우울을 견디기 위해 춤을 춘다. 태양과 달의 주기를 벗어난 운행으로 자유로운 몸짓들. 간절한 기원과 간구를 담을 수 없다. 비트와 욕망이 풀어내는 춤. 세상의 모든 나무와 들판을 다 태우고도 성에 차지 않을 번개와 벼락의 난무.

 

어떤 춤은 하늘을 머리 위에 내려놓아도 무겁지 않고, 땅을 딛고 있으면서도 자유로우며, 경계 없이 어울려도 예의바르며, 우주를 어지럽게 가로질러도 난폭하지 않다. 그것은 나무의 춤이고, 별의 춤이고, 우주의 춤이다. 이런 춤판엔 신도 가끔 어울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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