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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읽은 시

빈 집 / 기형도

작성자嘉南 임애월|작성시간20.04.09|조회수60 목록 댓글 0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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