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허 형 만
내가 그 곳에 다다랐을 때 순천만은 도요새들을 모아놓고 출석 점검을 하고 있었다
민물도요 청다리도요 깝작도요 삑삑도요 붉은어깨도요 개꿩 뒷부리도요 꼬까도요
그 중 내 한 뼘보다 작은 밀물도요 한 마리가 깐작깐작 맨발로 갯벌에 들었다가 옴지락달싹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저만치 갈기슭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동무들이 포롱포롱 다가가 그 도요새를 에워싸고 우우우 격렬한 날갯짓으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순간, 해닥사그리한 석양 빛살이 그들의 하얀 뱃살에 부딪쳐 꽃잎처럼 갯벌 위로 풀풀풀 흩날렸다
가슴이 들렁글렁해지는지 순천만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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