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큰 누님(박남순, 1927~2016)께 시 한 편 올립니다
박 민 순
지난 2016년 12월 12일 별세하신 어머니 같은 큰누나(향년 89세).
천안시립화장장에서 화장하여 천안시 동남구 수신면 백자리 한신 마을 선영에 안장, 3일간의 장례절차를 마치고 40여 년 전 이미 고인이 된 남편 옆에서 영면에 든지 3년이 되었다.
이제 우리 11남매 중 나를 비롯하여 2남 2녀만 남고, 7명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갔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동네에서 앞뒷집 부모님들이 사돈을 맺어 결혼을 하고, 남편 따라 서울로 가서 살다가 6.25 한국전쟁으로 시댁과 친정집이 있는 고향으로 피난 와서 2남 4녀를 낳고 농사를 지으며 사시던 큰누나.
1995년 내가 낸 수필집 출판기념회와 1999년 아내의 미용실 개업 때, 농사일이 바쁘실 텐데도 오산까지 오셔서 손수건에 쌓아두었던 꼬깃꼬깃 접은 돈 10만 원을 내놓으시고 어쩌다 고향에 가면 간장, 된장, 고추장에서 농사지은 잡곡, 들기름, 참기름 등 바리바리 싸 주시며
“너는 내 자식과 똑 같다.”
선천적인 지병(심장질환과 기관지확장증)을 안고 사는 막내 동생인 내가 안쓰럽다며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주시던 어머니처럼 정도 많고 인자하던 큰누나이셨는데…. 떠난다는 것은 이렇게 허망한 것인가.
삼가 큰누나가 떠난 파란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편하게 계시길 바라면서 ‘추모시’ 한 편을 올린다.
순리(順理)
― 큰 누나(박남순)를 천상(天上)으로 보내며
강산은 제멋대로 변해도
탄생의 축복이 있는가 하면
죽음의 슬픔도 있나니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희망의 끈 모질게 잡았는데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리
세상은 제멋대로 돌아도
변하지 않은 것은
누군가의 옷고름을 잡고 우는 것
그래도 뿌리치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
남들은 호상(好喪)이라 말하지만
큰누님 영정(影幀) 바라보니
문득 앞서 가신 어머니 생각
치맛자락 잡고 주저앉아 울어도
아무런 말없이 떠나시던 날
엊그제 같은데…
이 세상 수많은 복중에서
일복만 타고 나셨던
큰누나마저 오늘
하늘나라로 주소를 옮기고
울 엄니 계시는 곳으로 가셨네.
탄생과 삶과 주검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옛 성현은 말하지 않았던가!
본래 우리는 어머니와 한 몸이었지만 세월이 갈라놓고, 또 다른 세월은 어머니, 큰누나와 나를 저세상과 이세상이라는 곳으로 갈라놓았다.
1987년 9월 27일 77세의 울 엄니, 2014년 4월 5일 96세의 작은 엄니가 가신 천상으로 떠나신 큰누나.
언젠가는 나도 울 엄니 가신 길, 작은 엄니 가신 길, 큰누나 가신 길을 따라갈 몸이 아닌가.
<2019.11.20,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