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는 아파트 정원을 한 바퀴 돌다가 마주친 노란 민들레.
찬바람이 싫다고 꽃대궁을 짧게 하고 땅바닥에 딱 한 송이가 낮은 포복 자세로 피어있네요.
민들레
--------------------------------- 박 민 순
돌 틈 사이
겸손이 지나친 사람처럼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
찬바람 비껴가는 냉이처럼
너에게도 살아가는 지혜가 있었구나
토종 민들레는 하얀 미소로
서양종 민들레는 노란 미소로
밟혀도 밟혀도 다시 피어나는
이 땅의 민초(民草)*로구나
불사신(不死身)*이로구나
그 모습
매화와 다를 바 없건만
흔해서 귀함을 몰라주는 탓인가
눈길 한 번 안줘도
일편단심 사랑만을 부르는구나
벌과 나비가 날기 전인 새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씨를 날려
세상에 왔다간 흔적을 남기는구나.
<2017. 4. 4, 일간 경기>
* 민초(民草) : 백성을 질긴 생명력을 지닌 잡초(雜草)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 불사신(不死身) : 어떤 병이나 상처, 고통 등에도 죽지 않고 견디어 내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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