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경기 용인시 남사면 아곡리 산길가에서 쑥을 조금 뜯어 왔습니다.
아직 어려서 일주일 뒤, 제법 자라면 뜯을만 할 것 같습니다.
쑥 옆에 꽃다지가 냉이꽃과 비슷한 모습(아주 작고 볼품 없는)으로 노란 꽃을 피웠네요.
오늘 저녁은 쑥향이 가득한 쑥국에 쑥전으로 봄향기가 가득, 입이 호사를 누릴 것 같습니다.
그래, 쑥쑥 자라거라
― 쑥 예찬론①
---------------------------------- 박 민 순
히로시마 원폭(原爆)* 투하 잿더미
체르노빌 원전(原電)* 폭발 피폭에도
제일 먼저 내밀었다는 얼굴
강인한 생명, 쑥의 힘으로
힘든 보릿고개*를 넘으신 우리 부모님
해쑥으로 차려진 밥상
해쑥이 자라는 들판은 봄향기로 가득
맛과 향이 비슷한
쑥갓, 쑥부쟁이와는 사촌지간
이파리가 비슷한
들국화, 구절초와는 팔촌지간
대한민국 어딜 가나 눈에 띄는
쑥이라는 이름 그대로
쑥쑥 자라는 쑥
쑥떡, 쑥국, 쑥밥, 쑥전, 쑥튀김, 쑥차로 입이
쑥뜸, 쑥찜질, 쑥물 반신욕으로 몸이 즐겁다
7년 묵은 병은 3년 묵은 쑥으로 다스린다
개똥쑥은 면역력, 피로 회복, 항암에 좋다
쑥은 최고의 건강식.
* 원폭 : 원자폭탄(原子爆彈, atomic bomb)
* 원전(原電) : 원자핵이 붕괴하거나 핵반응을 일으킬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일으키는 시설을 갖춘 곳
* 보릿고개 : 예전에,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다 떨어 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농가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비유.
아내라는 이름의 딱풀
― 쑥 예찬론②
-------------------------------------------- 박 민 순
해쑥으로 차려진 밥상이거나
해쑥처럼 자라는 시절이거나
아내는 쑥털처럼 끈적끈적하고
쌉쌀한 맛을 내는 쑥딱풀 개척자이다
쑥떡, 쑥국, 쑥튀김과
입에 착착 달라붙는
아내의 쑥딱풀은
자라나는 쑥싹과 더불어
머언 먼
내 조상의 어머니에게서 전해진
무시무시한 접착 성분을 지녔으므로
함부로 바르기엔 조심스러운 물건이다
일찍이 쑥의 자양성분에
매료되었던 나는,
소문과 하는 동거 속에서도
문득,
달은 달이고 쑥은 쑥이며
아내는 아내일 수밖에 없다는
쑥덕공론에 이끌려
백지마다 아내의 사랑을 적어
딱, 붙이던
내 이마가 괜스레 간지럽다.
<시 감상평>
아내는 남편의 짝이다. 오래도록 살아야 할 서로의 의무가 있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다.
쑥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강한 생명력으로 역경을 이겨낸다.
서로서로 끈끈한 애정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
딱풀 이외에도 쑥의 쓰임새는 무진장하다.
해쑥으로는 국은 물론 떡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옷감 등에 염색하면 은은하면서 강렬한 색상이 나온다.
그러나 ‘쑥대밭’과 ‘쑥대머리’라는 말도 있다.
가꾸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된다는 말이다.
쑥덕공론에 이끌려 아내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는 시인의 맘이 진한 쑥향으로 다가선다.
<시인 ․ 문학평론가 이 원 규>
아내 유순영표 쑥 튀김
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