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리, 수복지구 사람들의 이야기전쟁의 참혹성과 역사의 아픔, 고향 정서가 어우러지는 서정의 맛
민재정 기자
| 기사입력 2022/04/29 [16:59]
지난 4.26.일이다. 서울 지인으로부터 연천이 고향인 ‘고정현’이라는 시인의 소설이라며 ‘진상리, 수복지구의 사람들’이라는 소설책을 소개받았다.
필자 또한 유년시절은 물론 지금까지 연천군 전곡읍에서 자랐던 만큼, 연천군 군남면의 ‘진상리’ 나 ‘수복지구 사람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갖기에 충분했다.
4.27. 우체부로부터 소설책을 받아들고 책장을 넘겼다. 고정현 시인의 ‘수복지구’라는 시 내용에서 ‘전쟁 전 북쪽땅, 전쟁 후 남쪽땅’ 이라는 싯귀와 ‘어머니의 눈물’이라는 싯귀는 필자의 궁금증에 불을 붙였다.
진상리 화이트교... 진상리-수광이 죽다... 진상리-은애 누이... 진상리-아들의 묘... 그 여자의 편지... 에필로그를 2일만에 읽고 이 글을 쓴다.
작가의 글, 그대로 연천군은 수복지구로서 6.25. 전쟁 전은 북쪽 땅이었고, 전쟁 후에는 남쪽땅이 된 지역으로 전쟁 당시 휴전을 앞둔 백마고지 전투, 베티고지 전투, 노리고지 전투 등은 그 치열함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던 터다.
이로 인해 이 소설이 가지는 시대적 배경과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지뢰를 밟거나, 만지거나, 가지고 놀거나, 분해하다 폭발함으로써 불구가 되고, 죽고, 삶을 포기하는 등 패가망신으로 절망으로 이어지는 삶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살아가는 처절한 몸부림은 전쟁의 참혹성과 고향이라는 정서가 어우러지며 서정의 맛을 자아내고 있다.
필자는 이 소설을 서사시로 읽었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역사적으로 타국을 점령해 본적이 없는 민족,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외국의 침략을 받으면서 굽히지 않고 나라를 지켜온 선조들...(생략)미국과 소련의 협의 하에 이루어진 이 나라의 분단, 곧 삼팔선과 전쟁 이후의 휴전선이 주는 아픈 역사 중 한 부분을 몸으로 겪었던 것을 나의 글을 통해서라도 남겨둠으로서 내 후손들에게는 이런 아픔이 다시 있지 말아야 한다는 소망을 소설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라도 흔적으로 남기고 싶었다.
(중략)어떤 역사가들은 ‘역사에서 전쟁을 빼면 논할 것이 없다’라거나, ‘역사는 전쟁’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코 우리의 후세를 위해서 전쟁이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 글의 말미에 적으면서 그들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글로 작가는 이 소설을 마치고 있다.
필자는 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프랑스의 소설가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오름을 본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조국 프랑스에서 희망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절망을 그리며, 신의 형벌로서 영원히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영원히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의 모습에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필자는 이러한 이유로 6.25.전쟁을 겪은 우리 민족에게,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절망의 끝은 곧 희망이기 때문이다.
고정현 작가
- 경기 연천 출생.
- 월간⌜문학21⌟ 시 등단, 계간⌜시서문학⌟ 수필 등단.
- ⌜문예마을⌟. ⌜한국미소문학⌟, ⌜가슴을 울리는 문학⌟ 고문.
- ⌜시와 창작⌟ 편집자문위원.
- 경기시인협회 이사.
- 한국 페트라 시 음악협회 이사.
-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한국문학발전상. 오산문인협회 공로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해외문학상. 시끌리오 전국 시 낭송대상 대 상. 2019 한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문학부문) 외 수상.
- 시집⌜붉은 구름이고 싶다⌟ ⌜꼴값⌟⌜바다에 그늘은 없다⌟⌜기역과 리을 사이⌟
- 가곡 작사⌜어머니⌟ 외 5곡.
<민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