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나* -시인 진순분
- 포켓프레스
- 승인 2020.11.17 04:57
온몸 다 부서져도 정강이뼈만 남아서
살아선 잊지 못해 가슴에 품고 가다
때때로 울고 싶은 날 그를 꺼내 불어본다
희망은 오지 않아도 날마다 기다리듯
차마 말 못 할 그리움도 만조일 때
피맺힌 속울음 터져 울리는 피리 소리
가끔씩 정강이뼈 아프게 시릴 적마다
그도 나를 꺼내 애절히 부나 보다
눈물 빛 시공을 넘어 사무치게 부나 보다
* 옛날 잉카인들은 사랑하는 이가 죽으면 그 사람의 정강이뼈로 궤나라는 악기를 만들어 떠난 이가 그리울 때마다 그걸 꺼내 구성지게 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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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분 시인 약력]
- 수원 출생, 1990년 《경인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1년 『문학예술』시 부문 신인상 당선, 1993년 『한국시조』신인상 당선
- 시집 현대시조100인선 시조선집 『블루 마운틴』 『익명의 첫 숨』 외 4권
- 시조시학상 본상, 한국시학상, 수원문학작품상, 올해의시조집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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