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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돈 창작실

아침 햇살 번지는 들녘

작성자주오돈|작성시간25.07.04|조회수14 목록 댓글 0

아침 햇살 번지는 들녘

 

일찍 온 장마가 끝나기는 더 일찍 끝난 올여름 초반부터 더위 기세가 만만하지 않다. 그러함에도 매일 이른 시각 자연학교 등교는 변함이 없다. “주천강 남포 흘러 밀포에 나뉘어져 / 샛강은 상포 지나 중포를 감싸 돌아 / 장구산 배수장에서 본류 물길 만난다 // 천변은 사질 양토 뭐든지 농사 잘돼 / 한 아낙 혼자 손에 참깨를 심어 가꿔 / 신농씨 뒤지지 않을 깨꽃 활활 피운다

 

앞 단락 인용절은 어제 진영 신도시에서 주천강 건너 대산 들녘을 지날 때 본 한 아낙이 가꾼 참깨 농사 관찰기다. 들녘을 지나다 보면 부녀 농사꾼을 가끔 보는데, 지나간 모내기 철 흙 묻은 트랙터나 이앙기를 몰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 와 부러움과 존경을 표했다. 어제 본 그 중년 아낙은 혼자 손에 꽤 많은 참깨 농사를 지어 가뭄에도 깨꽃이 활활 피어 수확량이 기대되었다.

 

칠월 초순 금요일 아침은 전날 다녀온 중포 아낙 참깨 농사를 남겨 놓고 자연학교로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창원역 앞으로 나가 유등 강가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평소 낯이 익은 몇몇 승객들인데 기사 양반과는 인사를 깍듯이 나누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는 제한적이다. 용강고개를 넘어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나며 불어난 승객은 가술 산업단지에 이르자 모두 내렸다.

 

가술에서 일부 국도 구간을 거쳐 남모산에서부터 혼자 남아 유등 종점을 앞둔 유청에서 내렸다. 마을 안길을 지날 때 어느 집 고샅에는 봉숭아꽃이 피어 초여름 시골 풍경이 느껴졌다. 내가 자란 고향 마을도 중년 이후 여름날 찾으면 동구에서부터 핀 봉숭아꽃이 반겨주었다. 부모님은 작고하고 육친이라곤 큰형님만 지키고 있어 예전만큼 자주 찾지 못해 가끔 안부 전화만 넣는다.

 

막다른 안길 골목에서 강둑으로 올라 한때 금계국꽃이 화사하던 둑길은 제초를 마쳐 단정해졌다. 벚나무 가로수가 녹음을 드리운 강둑을 걸으니 둔치는 물억새와 갯버들이 무성해 열대 정글을 연상하게 했다. 둔치 건너는 유장한 물길이 흐르고 그 너머는 밀양 수산 시가지가 아스라이 보였다. 둑길에서 바라보인 둔치 하류 언덕으로는 무선지공원 대숲이 유등 배수장으로 이어졌다.

 

강둑은 천연기념물 팽나무가 선 동부마을로 이어졌는데 도중 강둑에서 양봉장으로 내려섰다. 들녘에 벌통 수백 개를 둔 양봉장이 있음이 다소 의아했는데 지난겨울 그 의문이 풀렸다. 대산 들녘에는 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에서 딸기와 수박 농사를 짓는데 결실을 도와주는 벌들이 필요했다. 양봉업은 비닐하우스 특용작물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꽃가루를 수분시키는 필수 조건이다.

 

양봉장에서 연근 경작지를 지나 김해 한림으로 뚫는 신설 국도 공사 현장을 거쳐 우암리로 나갔다. 겨울에 비닐하우스에 당근을 심어 수확을 마친 논은 모내기를 마쳐 푸름이 짙어갔다. 우암에서 덕현으로 가는 길목에서 제동리가 바라보인 농로를 따라 걸었다. 지난봄 그곳에서 인심 좋은 농부 내외가 하품 토마토를 몇 차례 챙겨주어 미미했지만 제과점 빵으로 사례를 하기도 했다.


토마토 농장은 초여름 짧은 기간 가시오이를 가꾸고 휴경지로 두었다. 여름을 넘기고 가을이 오면 토마토를 심어 겨울과 봄이면 일손이 더 바빴다. 그곳도 넓은 농지에 겨울은 비닐하우스이나 여름은 벼를 심어 가꾸었다. 마지막 한 구역 비닐하우스는 철을 늦춰 수확할 수박을 가꾸었다. 넝쿨이 무성한 수박은 한 줄기 한 덩이만 남기고 솎아내 미숙과 여러 덩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냥 지나쳐 가다가 마음이 바뀌어 발길을 돌려 비닐하우스 주변으로 가 미숙과이지만 수박을 몇 덩이 골라 봉지에 채워 들었다. 어제 과일 가게에서 산 한 통 25천 원짜리 미치지 못해도 버려지기 아까웠다. 대산 행정복지센터에서 땀을 씻고 이웃한 마을도서관 열람실로 드니 개인 서재처럼 혼자 아침나절 독서로 보냈다. 전날 펼쳤던 르포르타주 죽은 다음세계를 미리 엿봤다. 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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