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강 둑길 걸어
유월 초순 금요일이다. 대산 나눔문화센터 도예 교실에 참여하는 날이다. 모두 10회인데 막바지에 이른 9회차다. 오전 10시에 수업이 시작되어도 매번 이른 아침 길을 나선다. 이번은 주천강 둑길을 걸어 우암리 들판을 비킨 중포마을에서 가술로 갈 참이다. 현관을 나서 안민동을 출발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로 소답동으로 나가 합성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오는 140번 버스를 탔다.
동읍 덕산에서 자여 입구를 거쳐 좌곤리 지난 진영공설운동장에서 내렸다. 진영 스포츠센터 앞에서 밀포교 건너 주천강 둑길을 따라 걸었다. 냇바닥에는 노랑어리연이 무성하게 자라 노란 꽃을 피우는 계절이 왔다. 작은 꽃잎이 앙증맞은 노랑어리연은 한여름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견뎌내 가을까지 계속 이어진다. 다른 연과 마찬가지로 탁한 물에서도 꽃을 피워 눈길 끈다.
주천교를 건너 장구산 배수장에 이르러 진영읍을 우회시킨 국도 굴다리를 지나자 우암리 들녘이 나왔다. 수박이나 당근을 심은 논에는 모내기를 마쳤고 양파는 수확을 앞두어 잎줄기가 시들어갔다. 주천강이 흘러오다 밀포에서 갈래로 나뉜 물줄기가 상포에서 중포를 거쳐오는 천변을 따라 걸었다. 노변의 밭뙈기에는 참깨와 고추들이 잘 자라고 안개꽃을 가꾸는 화훼농장도 보였다.
전원주택을 연상하는 한 농가에는 비파가 정원수로 자랐는데 과실이 노랗게 익어 사진에 담았다. 우암리 덕현으로 가는 길목에서 찻길 건너 상포에서 국도를 따라 가술로 가자 나눔문화센터 문이 열린 9시여서 도서관 열람실로 들었다. 도예 교실 수업까지 1시간 남아 배낭에 넣어간 부부 화가가 그림과 글로 남긴 부제 ‘설악산, 10년의 기록’인 ‘산에서 만난 작은 생명들’을 읽었다.
정한 시각이 되어 옆 강의실에서 열린 도예 교실에 참여했다. 강사는 재료를 준비해 와 수강생들과 같이 테이블에 펼쳐 새로운 과제를 받았는데 진흙더미와 연장들이 낯설지 않았다. 그 전에 지난주 만들어 그늘에 말려둔 머그잔을 가져와 거친 면을 다듬어 놓았다. 이번은 반찬기 빚는 시간으로 진흙을 납작하게 편 판상 성형으로 밑면을 둥글게 해 주둥이를 감싸는 방식이었다.
다음 주에 한 시간을 남겨두었는데 그때는 지금껏 빚은 도기들을 강사 갤러니 가마에 구워온다고 해 기대된다. 그간 서툰 솜씨나마 만든 작품이 화분, 밥공기, 국그릇, 찻잔 등 여럿인데 가지 수가 많아 한꺼번 가마에 넣지 못해 두 차례 나눠 굽는다고 했다. 다음 주말은 대산 파크랜드 농마당 페스티벌 체험활동으로 ‘흙으로 만드는 내 모습’이 있다는데 다른 일정과 겹쳐 아쉽다.
도예 수업을 마치고 인근 식당에서 국수로 점심을 때웠다. 이어 나눔문화센터 카페에서 커피를 받아 도서관 열람실로 올라 아침에 읽다 접어둔 화가 부부의 설악산 생태기를 그림과 같이 읽었다. 그 책에서 “풀을 품어준 흙이 고맙고, 풀이 자랄 수 있도록 물을 뿌려준 하늘이 고맙고, 은근한 햇볕으로 온도를 맞춰준 해님이 고맙다.”는 내 마음을 대신해 주는 것 같아 옮겨와 봤다.
열람자가 없어 개인 서재처럼 지낸 도서관은 에어컨이 가동되어 쾌적해 호사를 누리다시피 했다. 아침나절 빚은 반찬기로 ‘찬 접시를 빚어’도 남겼다. “밥공기 사발 이어 찻잔을 빚어 놓고 / 찬 접시 도전하는 아흐레 도예 교실 / 준비된 물레판 앞에 경건하게 앉는다 // 공글린 진흙으로 납작한 판상 성형 / 밑바닥 동그랗게 테두리 감싸 안아 / 쌍둥이 반찬기 완성 늘에다 말린다”
늦지 않은 시간에 도서관을 나서 시내로 드는 1번 마을버스를 탔다. 귀갓길 차내에서는 아침에 중포마을에서 본 ‘비파 익어’를 한 수 더 보탰다. “남녘에 정원수로 비파를 닮은 잎이 / 늦가을 꽃을 피워 수분 된 자리마다 / 이듬해 초여름이면 노르스름 익는다 // 약성이 뛰어나서 생과나 청으로나 / 신맛에 향이 좋아 면역력 높여 주어 / 잎까지 모두 유익해 약재수로 통한다” 2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