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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돈 창작실

초여름 미산령

작성자주오돈|작성시간26.06.08|조회수19 목록 댓글 1

초여름 미산령

 

하늘은 흐려 낮 시간대 비가 살짝 내린다는 유월 초순 일요일이다. 전날 북면 텃밭에 들러 김을 매두어 비가 오면 작물 생육에 더없이 좋은 여건이 될 듯하다. 근교 산자락 임도를 걸으며 녹음이 우거진 초여름 산세를 확인하고 싶어 길을 나섰다. 이른 시각 농어촌버스 출발 기점 마산역으로 향했다. 광장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일요일 아침 노점이 펼쳐져 이즈음 계절감을 느꼈다.

 

갖가지 채소나 못난이 과일은 풍성했다. 햇양파와 마늘은 물론 흙이 묻은 감자도 보였다. 죽순을 꺾어 껍질은 벗겨 삶아온 아낙이 있었다. 봄부터 빠지지 않던 송기떡은 이번이 올해 마지막이라면서 손님을 불렀다. 산에서 이르게 딴 제피 열매가 있고 쇠어가던 가죽 순이나 참취 순도 보드라운 멱만 끊어와 펼쳐 놓았다. 누군가 냇바닥에서 허리를 굽혀 찾아냈을 다슬기도 팔았다.

 

장터를 둘러보고 진전 둔덕으로 가는 76번 버스를 탔다. 어시장을 둘러 밤밭고개를 넘어 동전터널을 지났다. 진동 환승장에 들러 진전 오서에서 2번 국도 옛길 따라 양촌에서 대정을 거쳐 진전천 따라 둔덕으로 들었다. 양파를 거둔 산간 논배미는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기사는 골옥방에서 시동을 끄고 멈췄다가 이십여 분 후 종점 둔덕으로 가 나를 내려주고 차를 돌려 시내로 갔다.

 

둔덕 오실골에서 함안 군북 오곡으로 넘는 고갯길로 올랐다. 오실골 동구 우람하게 자란 당산나무는 녹음이 짙었다. 예각으로 크게 꺾은 아스팔트 포장도로 갈림길에서 미산령으로 가는 임도로 들었다. 소나무가 청청한 숲을 지난 길섶은 봄에 피어난 야생화는 자취를 감추고 초여름을 맞아 풀들이 무성했다. 여항산이 서북산으로 가는 맞은편 산마루는 낮게 낀 구름이 닿을 듯했다.

 

길섶에 보인 담배풀과 등골나물에서 덜 억센 끄트머리만 골라 멱을 따 모았다. 나중 미산령을 넘은 응달에서 만나게 될 다른 산나물과 함께 쇠어도 산채가 될 듯해서다. 숲이 가린 그늘에는 여름에 피는 노루오줌이 옅은 보라색 꽃을 피웠다. 응달 물가에 잘 자라는 잎줄기가 보드라울 때는 산나물로 삼아도 되는 노루오줌이다.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손을 뻗쳐 몇 송이 따 먹었다.

 

복수초를 완상하고 두릅 순을 따느라 올봄에 두 차례 넘은 미산령이다. 그즈음 피던 큰구슬붕이나 각시붓꽃은 풀숲에 가려 흔적조차 찾을 길 없었다. 물기가 많던 계곡 바위 더미에 피던 동이나물꽃도 자취를 감췄다. 산짐승 꼬리처럼 생긴 큰까치수염이 하얀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습지를 좋아하던 빗살서덜취가 군락을 이뤘으나 잎맥이 억세져 산나물로 가치를 잃은 때였다.

 

발산재에서 오곡재를 거쳐온 낙남정맥은 우뚝한 여항산에서 미산령을 앞두었다. 고갯마루 정자에 올라 간식을 먹고 잠시 골짜기 바깥을 굽어봤다. 예보된 비는 오지 않고 구름만 낮게 드리운 하늘이었다. 겹겹이 쌓인 산봉우리 바깥은 거제섬이 에워싼 진동만일 듯했다. 쉼터로 삼은 정자에서 북향 응달로 내려섰다. 길섶은 남향과 달라 초여름 식생에서 몇 가지 산나물을 만났다.

 

비록 쇠기는 해도 까실쑥부쟁이와 영아자를 찾아 보드라운 끄트머리만 골라 따 모았다. 검불 속에는 참취도 보여 몇 줌 뜯어 보탰다. 아침에 마산역 광장 노점 장터에서 본 쇤 취나물도 미산령 같은 고지에서 뜯은 듯했다. 응달에는 향과 식감이 좋은 고급 산나물 참반디도 개체수가 많았는데 보드라운 멱만 땄다. 산딸기나무도 우거져 자랐으나 아직 철이 일러 익지 않은 때였다.

 

인적이 없는 북향 임도에서 차를 몰아 고갯마루로 올라 되돌아 내려오는 이가 마을까지 태워준다고 동승을 권해 탔다. 운전자와 동반석 사내는 미산마을이 고향인 친구 사이로 석 달 전 모친을 여의고 산소를 찾아와 허전함을 달래려 산마루로 바람을 쐬고 내려오는 길이라 했다. 초면이지만 짧게 나눈 대화에서 운전자는 함안역까지 나를 태워져 귀로 체력 소진을 아껴 고마웠다. 2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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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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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새신발 | 작성시간 26.06.09
    6월 초순이 지났음에도
    산나물이 가능한가 보구나.

    맨 아래 산딸기 그림이 참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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