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텃밭을 찾아
올해로 교직에서 은퇴한 지 6년째다. 퇴직 첫해와 지난해와 올해는 지인이 배려한 터에 작물을 가꿔 보는 재미를 본다. 내가 한 뼘 땅을 소유하지 않고도 세상에서 가장 큰 텃밭을 가꾼다고 자부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봄 한 철은 근교 산자락에 올라 여러 산나물을 마련해 우리 집 식탁은 물론 이웃과도 나눈다. 지금을 강가에서 손수 채집해 와 삶아 익힌 죽순을 맛보고 있다.
꽃밭도 마찬가지다. 베란다에 화초가 심긴 화분이 몇 개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넓은 꽃밭을 가꾼다고 큰소리친다. 사계절 어디니 길을 나서면 야생화를 완상할 수 있어 허풍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 이른 봄 복수초나 변산바람꽃을 완상하고 늦가을 서리에도 구절초나 투구꽃도 보고 왔다. 양지바른 겨울 들녘에 광대나물이나 봄까치가 피우는 꽃도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 훤하다.
내가 교직을 마무리 지은 거제 3년과 그 이전 교육단지 여학교에서는 근무 중 꽃을 가꾼 이력이 있다. 담임에서 비켜 있어 틈이 날 때 소일거리로 교정을 거닐며 봐 둔 황무지나 다름없는 비탈이나 구석진 자리에 봉숭아를 심어 여름에서 가을까지 꽃 대궐을 이루도록 했다. 교정은 봄에는 꽃이 흔하나 다른 계절은 드문 편이라 땀 흘러 가꾼 꽃이 교직원과 학생들을 매료시켰다.
지난해와 올해는 북면 온천장 근처 신동리에 텃밭으로 나간다. 무동 최윤덕도서관이 가까워 열람실을 찾아가거나 온천욕을 다녀오며 들리면 되는 동선이다. 자주 갈 겨를이 없어도 고구마와 호박을 심어두고 들깨도 깻잎을 따 먹으려고 가꾼다. 보름 전 열무를 심어 싹이 터 자란다. 고추는 모종을 심었더니 담배나방이 될 거세미가 들깨와 같이 멱을 잘라 먹어 다시 심기도 했다.
유월 중순 초여름이다. 오키나와에 걸쳐진 장마전선은 곧 제주도를 거쳐 우리나라에 영향권에 들 테다. 북면 텃밭에는 자라는 작물은 장맛비를 맞으면 폭풍 성장이 기대된다. 비는 작물의 생육에 도움을 주지만 잡초에도 유리한 여건이라 그 세력이 만만하지 않다. 농부가 잡초에 밀리거나 끌려가면 농사가 힘들고 나중 거두는 수확물도 변변치 못함은 경험칙으로 잘 알고 있는 바다.
목요일은 이른 아침 창이대로 명곡 교차로로 나가 북면으로 가는 17번 버스를 탔다. 감계와 무동 아파트단지를 거친 신동 텃밭으로 갔다. 일전 김을 매두었으나 그새 잡초는 기를 쓰고 다시 돋아났다. 요새는 밭이랑에 비닐을 씌워 작물을 심으면 잡초가 원천 봉쇄되나 나는 친환경이랍시고 입히지 않았다. 터가 얼마 되지 않아 김매는 일을 노동이 아닌 운동으로 삼을 생각이다.
주인장 농기구 창고에서 연장을 꺼내 밭이랑으로 갔다. 활착되어 넝쿨로 자라려는 고구마 이랑에 잡초 싹을 긁고 북을 돋워주었다. 싹이 터 싱그럽게 자라는 열무 이랑 김도 말끔하게 정리했다. 비닐을 덮지 않아 몇 년에 걸쳐 묵은 잡초 씨앗이 세력 좋게 돋아도 내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뽑혀 나간 신세다. 거세미가 멱을 잘라 먹은 고추와 들깨 모종이 빈자리는 어쩔 수 없다.
이른 아침 텃밭을 찾아 김을 매도 날씨가 선선해 땀이 흐를 정도는 아니었다. 두어 시간 일을 마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고 손을 씻고 한동안 쉬었다. 이어 찻길로 나가 갈전에서 내곡천 따라 걸어 신리 못을 거쳐 북면 행정복지센터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는 다른 일정이 기다려 시내로 드는 버스를 타 창원 역전에서 김해행 버스를 탔다.
이즘은 대학은 한 학기 종강하고 기말고사에 든 시기다. 인제대학에서 가야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를 초빙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연전 유네스코에서 여러 군데 흩어진 가야 고분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내가 서책에서 익히거나 발로 직접 찾아가 아는 내용과 겹치기도 했으나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발품을 팔아 찾아간 시간이 유익했다. 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