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 열람실에서
하지를 열흘 앞둔 유월 중순 금요일이다. 날이 일찍 밝아와 아침이라도 다섯 시에 지연학교로 나서니 새벽 같은 느낌이 아니다. 시내버스 첫차가 기점에서 내가 사는 동네 앞까지 닿으려면 시간이 남아 아파트단지 운동기구에 매달려 잠시 몸을 단련했다. 정한 시각 정류소에 도착한 102번 버스로 명곡 교차로로 나가 30번을 바꿔타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1번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이른 아침 생업 전선에 나선 낯이 익은 몇 분들과 같이 용강고개를 넘어갔다. 동읍 행정복지센터 지나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는 들녘은 모내기가 모두 마쳐졌다. 가술 산업단지를 지나자 승객은 거의 내려 비닐하우스 일을 가는 아낙과 시골 초등학교 환경미화 할머니 둘만 남았다. 국도를 잠시 달려간 북모산에서 아주머니는 내리고 나는 제1 수산교를 앞둔 요양원 근처에서 내렸다.
북면 온천장에서 김해 한림으로 새로 뚫는 60번 국도를 가로질러 강둑으로 올랐다. 강 건너는 밀양 하남 수산으로 높은 아파트가 몇 채 보였다. 강폭이 넓은 둔치는 녹색 카펫을 펼쳐둔 듯 갈대와 물억새가 우거져 싱그러웠다. 25번 국도가 밀양을 거쳐 청도로 올라가는 수산대교 방향으로 나아갔다. 자전거길을 낸 강둑으로 심어둔 벚나무 가로수는 녹음이 우거져 그늘을 드리웠다.
수산대교를 지나 둔치로 내려섰다. 지난겨울 둔치에 불이 나 새카맣게 타버린 숲은 여름이 되자 녹색으로 덮여 가려졌다. 다년초로 자란 금계국은 새롭게 움이 돋아 노란 꽃을 피워 끝물로 남은 송이들이 보였다. 둔치에 조성된 꽃단지로 가자 작년에 가꾼 해바라기는 올해는 메밀로 바꿔 개화를 앞둔 때였다. 워낙 넓은 부지여서 물을 주기 쉽지 않아선지 시들고 있어 안쓰러웠다.
플라워랜드 구역에는 장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이 인부들의 손길에 잘 가꿔졌다. 주말을 맞은 내일은 서부마을에서 개최하는 ‘농마당 페스티발’이 열릴 행사 부스들이 설치되고 있었다. 내가 엊그제까지 참여한 도예 교실 강사도 얼굴 인형 만들기를 한다고 하는데 다른 일정과 겹쳐 나가지 못해 아쉽다. 인구 소멸지역을 벗어나려는 당국의 애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강둑에서 바라보인 파크골프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차를 몰아온 동호인들이 운집해 잔디밭을 누볐다. 대산 문화체육공원은 낙동강 일대 여러 파크골프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접근성이 좋아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나중 점심시간이 되면 가술은 물론 강 건너 수산까지 골퍼들이 식당이나 찻집으로 몰려가 지역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는 듯했다. 뚜벅이는 골프는 관심 밖이다.
대숲이 있는 배수장에서 서부마을 안길을 거쳐 새롭게 길을 뚫는 60번 국도 마지막 공사 구간을 지났다. 뒤늦게 뽑은 당근 수확 현장에서 하품으로 처진 당근을 몇 개 주워 봉지에 채워 들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할 당근에 견줘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인데 단 모양이 못난이라 포장에서 제외한 듯했다. 송등에서 죽동천에 놓인 중앙교를 건너 대산 평생학습센터로 갔다.
9시 전이라 문이 닫혀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 직원이 나타나 같이 도서관으로 같이 올라갔다. 작년은 대산 평생학습센터 작은 도서관에 자주 들렀으나 올해는 아동안전지킴이 역할에서 벗어나 가술로 매일 오질 않아 뜸하게 찾는다. 열람실 서가에는 근래 새로 구입 비치한 신간들이 몇 권 보였다. 오늘은 책을 펼쳐 보기에 앞서 컴퓨터 앞에 앉아 워드 작업을 할 일이 기다렸다.
지난봄 창원시 농촌 활성화센터에서 지역 작가전에 응할 대상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나왔다. 당국에서는 그림이나 사진이나 글로 지역민 정서와 교양 함양에 도움이 될 전시를 기획했다. 평소 생활 속에 남기는 글이나 사진들도 지역민과 공유할 거리가 될 듯해 신청했더니 담당자가 회신이 왔다. 개인 서재처럼 쓰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워드 편집과 사진 정리로 아침나절을 보냈다. 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