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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돈 창작실

소사생태길을 걸어

작성자주오돈|작성시간26.06.16|조회수33 목록 댓글 0

소사생태길을 걸어

 

새롭게 한 주가 시작된 유월 중순 월요일이다. 하늘은 쾌청하고 한낮 기온이 30도에 이르러 다소 무더운 날씨다. 장마전선이 도래하기는 일러 밭에서는 물 부족으로 가뭄을 느끼는 즈음이다. 비가 와주면 작물이 싱그럽게 자랄 텐데 텃밭으로 나갈 볼 여건이 못 되어 근교 임도를 걷는 산행에 나설 요량이다. 하지가 가까워 날이 일찍 밝아와 새벽임에도 새벽 같은 느낌이 아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창원천 수변 산책로 운동기구에 잠시 몸을 단련하고 창원의 집 앞으로 나가 용원행 3006번 첫차 좌석버스를 탔다. 시내를 관통해 안민터널을 통과 대발령을 넘은 어은동을 지났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명당을 찾아 진해까지 내려온 전설이 서린 현장이다. 함께 다닌 하인이 더 좋은 자리를 골라 터를 잡아 명나라 황제가 된 주원장 설화가 천자봉이다.

 

천자봉(天子峰)은 어은동(御隱洞)과 함께 설화를 뒷받침한 지명으로 웅천은 본관이 우리 집안과 같은 신안으로 쓰는 주가 집성촌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는 평양 감옥에서 순교해 그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웅천 읍성이 있는 성내에서 내려 마을 안길 골목을 지나자 주자영당이정표가 나왔다. 주자를 모신 공간으로 내 고향 도동사와 같은 성격의 사당이다.

 

성곽 일부를 복원한 웅천 읍성이 있는 성내에서 백일마을로 드니 불모산이 시루봉으로 뻗친 웅산 산세가 드러났다. 웅산(熊山)에서 냇물이 흘러 와 웅천(熊川)이고 그 동쪽이라 웅동(熊東)이다. 마을 뒤쪽 숲으로 드니 소사생태길들머리였다. 마진터널에서 시작된 진해 드림 로드 네 개 구간에서 마지막이다. ‘장복하늘마루산길’, ‘천자봉해오름길’, ‘백일고요아침산길에서 이어왔다.

 

돌부리가 드러난 비탈진 숲길을 오르자 자연인이 살 듯한 움막과 양봉업자 벌통이 나왔다. 숲길에서 고도를 점차 높여 산허리에 이르자 평탄한 임도를 개설해 산행이 아닌 산책으로 여겨도 될 듯했다. 다양한 수종 아름드리 활엽수가 우거져 여름 산행에서 숲은 그늘을 드리워 걷기에 쾌적했다. 인적이 없는 숲길을 한동안 나아가자 인부 예닐곱이 길섶의 풀을 자르느라 수고했다.

 

근교 산자락 곳곳에 개설된 임도 갓길의 풀을 잘라줌은 산행객 안전에서나 미관으로도 좋은 일이다. 숲에서 뱀이나 독충 출현을 막고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다. 당국에서 이왕에 한 해 한 번은 해야 할 예초라면 장마가 오기 전에 풀을 잘라줌이 좋다고 여겨진다. 장맛비 이후 길섶에 풀이 새로 돋아 가을이 오기 전 잎줄기를 불려 꽃을 피울 생육기간이 필요해서다.

 

임도 길섶에는 산나물로 삼아도 된 산야초가 더러 보였다. 참취와 참반디와 등골나물은 가닥이 쇠어갔다. 비교적 이른 늦여름부터 꽃을 피울 벌개미취도 개체수가 흔했다. 인부들의 예초기 칼날에 잘려 나간 구절초나 쑥부쟁이는 한여름에 새롭게 움이 돋아 서리가 내리기 전 꽃을 피워주길 기대한다. 백일마을에서 비탈길을 올라 길고 긴 임도를 따라 소사마을까지 꽤 먼 거리다.

 

도중에 예초 작업 인부를 제외하고는 산행객을 전혀 만나지 않은 숲길을 따라 소사생태길 종점은 웅동이었다. 영길만 마천 주물공단과 조선소 사원 아파트가 가까운 곳에는 웅동 삼일운동을 기리는 빗돌이 세워져 있었다. 용원에서 출발해 온 305번 버스로 동진해를 거쳐 경화시장을 거칠 때 창원 가는 버스를 갈아탔다. 터널을 빠져나가 반송시장 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점심 식후 오후 햇살이 비치어도 폴리텍대학 구내를 지나 교육단지 도서관으로 갔다. 아침에 배낭에 채워간 대출 도서는 반납하고 신간 코너에서 새로운 책을 살펴봤다. 철학이나 자연 생태에 마음이 끌려 세 권을 집었다. 열람석은 빈 곳이 더러 보였으나 내가 지정석으로 앉는 창가 자리는 선점한 이가 있어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등 뒤 내리쬔 여름 햇살은 무척 뜨거웠다. 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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