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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돈 창작실

가뭄에 찾은 텃밭

작성자주오돈|작성시간26.06.18|조회수17 목록 댓글 0

가뭄에 찾은 텃밭

 

하지를 나흘 앞둔 유월 중순이다. 오키나와에 머문다는 장마전선이 아직 제주도에 닿지 않아 우리 지역에 이르러면 시일이 다소 걸릴 듯하다. 한동안 비가 오질 않아 밭작물은 물 부족이 느껴지는 때다. 작년부터 지인 배려로 두 이랑 농사를 짓는 텃밭에는 몇 가지 작물을 심어두었는데 생육 상황이 궁금하다. 일주일 전 김을 매두고 가보지 않아 발길이 텃밭으로 향한 아침이다.

 

날이 밝아온 수요일 아침 일찍 북면으로 가는 버스로 신동리 텃밭을 찾았다. 한낮에는 무더워 날씨가 선선한 아침에 밭이랑 잡초를 뽑고 물을 줘야 할 여건이라면 땀을 흘려 볼 참이다. 텃밭을 찾으니 작물들에서 물 부족이 심함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아침이라도 호박잎은 생기를 잃은 상태고 고구마도 시들고 있어 안쓰러워 보였다. 장맛비가 흡족하게 와 주어야 해갈이 될 듯하다.

 

가뭄 속에도 비닐을 덮지 않은 밭이랑은 잡초가 기승을 부려 그냥 두지 않았다. 농기구 창고에서 괭이와 호미를 꺼내 고구마 이랑부터 밭고랑을 긁어주었다. 이어서 열무와 들깨와 고추 이랑에도 김을 매고 호박과 노각은 넝쿨이 밭이랑으로 침범하지 않도록 덩굴손을 돌려주었다. 열무가 싱그럽게 자라다 물이 부족해 시든 모습이 안쓰러워 들통으로 개울물을 길어 와 뿌려주었다.

 

농사는 농부의 손길도 닿아야 하지만 비가 와야 생육이 순조로운데 하늘에 맡겨진 영역이다. 두어 시간 걸려 고구마 이랑 김을 매고 열무는 물을 주고 약을 뿌렸다. 들통으로 개울물을 퍼 나르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 다섯 차례만 길러왔다. 워낙 마른 땅이라 열무 이랑에 물을 끼얹어도 금세 스며들어 젖은 모습이 아니었다. 작물에는 땀방울만큼 물방울도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호박은 암꽃에서 풋호박이 맺히는 즈음이다. 매운 고추는 주렁주렁 열려 몇 개 따 놓았다. 비가 곧 와준다면 깻잎이나 호박잎을 연방 따 먹어도 될 만큼 자란다. 고구마는 넝쿨이 다 자라야 순을 따 뿌리보다 잎줄기를 식탁에 올릴 수 있을 듯했다. 가뭄 속에 자라는 열무에는 애벌레가 꾀어 갉아 먹는 흔적이 보여 입자로 된 약을 농도를 묽게 타 물뿌리개로 잎줄기에 뿌려주었다.

 

더운 느낌에도 텃밭 일을 마치고 근처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땀을 씻고 그늘에서 좀 쉬었다. 신동리에서부터 자동찻길에서 갓길을 따라 걸어 갈전마을에서 내곡천을 건너 신촌으로 갔다. 아침나절 북면 들녘을 더 걸어 수변공원으로 나가도 되겠으나 낮에는 볕살이 뜨거워 체력 손실을 아껴야 했다. 행정복지센터 근처에 이르러 콩나물국밥집을 찾아 이른 점심을 먹을 참이다.

 

몇 차례 들러 낯이 익은 주인이다. 밥상에 뜨거운 국을 식혀 가면서 텃밭 자라던 작물을 사진으로 담아 온 고구마 순으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달포 전 늦은 봄날 비 오던 아침나절 / 육묘장 키워낸 순 묶음을 다발로 사 / 지어둔 텃밭 이랑에 꾹꾹 눌러 심었다 // 새순은 몸살 앓듯 시들다 생기 띠어 / 어느새 넌출 뻗어 자라나 싶더니만 / 한동안 뙤약볕이라 장맛비가 그립다

 

수요일 오후는 김해로 옮겨가 인제대학 글로컬 한국학 아카데미 강좌에 나가는 날이다. 창원역으로 나가 역사 맞이방에서 잠시 머물다가 시외버스 터미널을 출발해 오는 140번 버스를 탔다. 진영을 거쳐 김해 시내로 들어 동김해로 가는 버스를 잘못 타 빌라가 빼곡한 골목을 지나니 초중고 학교가 나왔다. 골목길에는 시화전이 열려 천천히 살피면서 인제대 허브 캠퍼스로 갔다.

 

올봄에 인제대 한국학 아카데미에선 조식 선생이 조정으로 올린 상소문을 익히는 유익한 시간을 보낸다. 지난 주말은 참여 회원들과 함양 일대 서원과 고택을 찾는 답사를 다녀왔다. 이번 시간은 을묘사직소에 이은 무진봉사로 남명이 선조 임금 즉위년에 궁궐로 올린 민심의 동향이었다. 왕도에서 군왕과 신하의 책무와 함께 서리들의 전횡에 백성이 핍박받는 현실을 직시했다. 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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