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동 고분군을 둘러
유월 중순 목요일이다. 주말은 장마와 무관한 강수가 예보되는데 그 양이 얼마가 될지 궁금하다. 오후에 통영으로 나가 대학 동기 모임으로 하룻밤 바깥에서 보내야 한다. 다도해가 바라보인 한려해상 전망이 좋은 숙소다. 한 친구의 가족이 회원권을 가진 리조트여서 쾌적하고 편안한 잠자리다. 울산이나 함양에서도 오고 나는 창원인데 여름과 겨울 모임을 비수기로 옮겨 만난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전날은 가뭄 속에 텃밭으로 나가 작물을 살피고 김을 맸다. 싹이 튼 열무는 싱그럽게 자라다가 물 부족으로 생기를 잃은 모습이라 개울물을 퍼 날라 뿌렸으나 흡족하기는 한계가 있다. 가뭄에도 잎에는 애벌레가 꾀어 구멍이 숭숭 생겨 입자로 된 약을 묽게 타 뿌려주었다. 풋고추는 한 줌 따 왔고 들깨나 호박은 장맛비가 오면 잎을 따 찬으로 삼지 싶다.
이번 모임은 현지에서 반건조 생선구이로 만찬을 들고 숙소로 이동해 그간 밀린 안부를 나누고 이튿날 오전까지 여정을 같이 보낼 일정이 기다린다. 고성으로 이동해 수국꽃이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기도 예정한다. 나는 드물게 밖으로 나가 하룻밤 보내는 경우라 가족이든 친구이든 그들과 다른 수면 버릇이라 난감하다. 초저녁 잠듦이 익숙해 한밤중 잠을 깨 하루를 일찍 시작한다.
대학 동기 여덟은 청년기에 만나 평생 교직을 보낸 정년 이후 신중년이 되었다. 총각들은 각기 배필을 만나 자녀를 두고 성혼시켜 손주를 보기도 한다. 매년 두 차례 부부 동반 만나는데 나는 사정상 혼자 가고 연전 한 친구는 처를 여읜 후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 일곱 가족이다. 이번은 창원권에서 지내다가 퇴직 후 의령으로 귀촌한 친구와 고성에서 합류해 통영으로 가기로 했다.
의령 친구를 고성 터미널에서 접선하기 전 한 군데 들릴 곳이 있다. 고성은 내게 초등에서 중등으로 전직해 근무한 바닷가 학교가 아슴푸레 떠오른다. 그 당시는 당항포 연안 동진대교가 놓이지 않아 교통이 불편한 학교였다. 그곳 내산리는 선사시대 소가야 고분이 산재해 서너 차례 답사했다. 여러 가야국 가운데 소가야는 바다와 접해 금관가야와 함께 일본과 교류가 잦았지 싶다.
이번에 답사한 송학동은 내산리 고분군과 같은 권역인 소가야로 고성 읍내다. 연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곱 군데 고분군 가운데 하나다. 지리산권인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생활권에서 다소 멀어 후일 두를 참이다. 목요일 점심나절 진동으로 나가 시외버스로 짧은 구간인 배둔을 지난 고성읍에 닿았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송학동을 찾았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송학동 고분군을 답사했다. 지난날 사천으로 지나던 길에 아슴푸레한 기억이 되살려지는 소가야 고분군 북쪽 언덕배기였다. 행정구역은 고성읍 동외동이어도 송학동 고분길 무학로였다. 주택지에서 남향으로 돌아 고성박물관에 들러 유물과 그곳 민속에 관한 자료를 일별했다. 실내 전시실을 나와 아까 스쳐 지난 야외의 고분군 언덕으로 올랐다.
초여름날 한낮 볕살이 따갑기는 해도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과 같은 언덕을 올라 거닐었다. 비탈을 내려와 카페에서 ‘송학동 고분군’을 한 수 남겼다. “까마득 선사시대 바닷가 움막살이 / 산천을 누비면서 채집에 사냥으로 / 자연인 세력을 불려 소가야를 세웠다 // 부족장 생을 마쳐 덩그런 봉분에다 / 평소에 쓰던 그릇 음식을 채워 넣어 / 혼백도 생시와 같이 조석 끼니 들었다”
한동안 머문 카페에서 나와 의령에서 출발해 오는 귀촌 친구 내외 차에 동승 통영으로 향했다. 학섬 휴게소를 지난 죽림에서 통영 시내로 들어와 운하에 걸친 대교 건너 산양읍에 닿았다. 삼거리를 지난 이슥한 산기슭 토담집 식당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해풍에 말린 반건조 생선구이로 저녁상을 받고, 연이어 숙소로 들어 준비한 생선회로 차수를 변경한 정담을 나눴다. 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