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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돈 창작실

단비가 온 여름 아침

작성자주오돈|작성시간26.06.21|조회수27 목록 댓글 1

단비가 온 여름 아침

 

통영에서 대학 동기와 하룻밤 보내고 온 유월 셋째 주말이다. 한밤중 잠을 깨 전날 다녀온 고성 그레이스 정원 답사기와 미륵도 아침을 남겼다. “젊은 날 대학 동기 일흔을 앞두고도 / 사십여 흐른 성상 해마다 만남 가져 / 간밤에 숙취 깨면서 새벽 아침 맞는다 // 하룻밤 머문 숙소 여명이 밝아오자 / 창밖은 한려수도 점점이 섬이 떠서 / 고깃배 조업에 나서 물살 갈라 달린다

 

간밤 장마 전선과 무관한 저기압 통과로 우리 지역 흡족한 비가 내린다. 날이 밝아와도 비는 그치지 않아 오전은 강수가 지속될 듯하다. 한동안 뙤약볕만 내리쬐고 비가 오지 않아 밭작물은 물 부족을 심하게 느끼는 즈음이다. 지인 배려로 북면 신동리 두 이랑에 가꾼 농작물은 이번에 내린 비로 작물은 생기를 띠게 되어 다행이다. 특히 열무 성장에는 더없이 좋은 생육 환경이다.

 

비가 오면 자연학교는 실내로 전환됨이 상례라 아침이 일어도 갈 데가 있다. 식후 현관을 나서 우산을 받쳐 아파트단지 이웃 동 뜰로 갔다. 한 노인이 아파트를 에워싼 언덕에 축대를 쌓아 가꾼 수국은 가뭄 속에 꽃을 피우면서 시들다가 생기를 띠어 싱그러웠다. 거기서 이웃한 또 다른 구역은 밀양댁 안 씨 할머니와 꽃대감 친구가 가꾼 꽃밭에도 초여름에 피는 꽃이 한창이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따라 걸으니 반송천 냇바닥은 간밤에 내린 비가 할퀴고 간 흔적이 뚜렷했다. 겨울에 북녘으로 돌아가지 않고 텃새가 되다시피 머문 흰뺨검둥오리 한 쌍은 새끼를 쳐 데리고 다녔다. 중병아리만큼 키웠는데도 어미는 모성을 발휘해 품에서 놓지 않았다. 알은 대개 여남은 개 품는데 도중 길고양이나 뱀에게 털렸는지 어미 곁에는 세 마리만 놀았다.

 

흰뺨검둥오리 가족 곁에는 쇠백로와 해오라기가 먹잇감을 찾아 겨누었다. 녀석들에겐 지렁이나 송사리와 같은 물고기를 먹이로 삼을 테다. 아파트가 숲을 이룬 도심 하천에 새들이 날아와 먹이를 찾는 광경에서 생태가 복원됨을 역력히 알 수 있는 현장이다. 원이대로 건너 창원레포츠 파크 동문에서 폴리텍대학 구내를 거쳐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에 닿아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사서가 출근해 정한 시각 업무가 시작되어 2층 열람실로 올라 지정석으로 삼는 자리를 차지했다. 배낭에서 집으로 대출받아 읽던 책을 3권 꺼냈다. 진보 학자로 대학에서 노동법을 강의한 박홍규가 사상사로 쓴 노년이란 무엇인가를 펼쳤다. 저자는 강단에서 은퇴해 귀촌해 살면서 전공과 무관한 영역에서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인생 후반부를 살아가는 묵직한 주제를 다뤄 풀어냈다.

 

점심때가 다가와 건너편 휴게실로 향하자 밖은 아침에 내리던 비는 그쳐 햇살이 드러났다. 휴게실은 간편식으로 자판기 컵라면만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어 소박히 한 끼 때웠다. 이어 열람석으로 돌아와 강인숙의 나는 글과 오래 논다산문집을 펼쳤다. 저자는 암과 투병하다 수년 전 세상을 뜬 이어령 아내다. 글쓴이 역시 남편처럼 대학 강단에서 문학으로 후학을 가르친 교수였다.

 

강인숙은 부모가 해방 이전 함경도에서 상당한 재력가였는데 한국전쟁 혼란기 월남해 갖은 풍파를 헤쳐왔다. 서울대 국문과에서 이어령과 캠퍼스 커플로 인연을 맺어 평생 문학 언저리를 지키며 아흔이 넘었다. 남편을 먼저 여읜 강인숙은 평창동에 영인문학관을 세워 근대 이후 한국 문학의 소중한 자료를 전시 중이다. 언제 틈을 내 그곳을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지 않은 시간 열람실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아침에 보고 지난 아파트단지 화초들이 떠 올라 비가 도와를 한 수 남기며 원이대로를 건너왔다 텃밭에 나가보니 한동안 비가 안 와 / 가뭄을 타던 작물 보기에 안쓰럽다 / 지난밤 흡족한 비로 물 걱정을 든다네 //도심 속 사는 동네 이웃이 부지런해 / 곳곳에 심은 화초 시들다 피운 꽃이 / 이번 비 감로수 삼아 여름 내내 피울래” 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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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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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새신발 | 작성시간 26.06.21
    흰뺨검둥오리 가족 사진에
    웃음이 나온다.
    순간 포착에 박수!

    전화로 했던 보험 이바구
    빨리 처리하시게나!

    막걸리
    국순당과 지평을 번갈아 먹어보니
    지평이 좋구나.
    자네는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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