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소폭포를 찾아
하지가 지난 유월 하순이다. 전날은 북면 무동 최윤덕도서관 열람실에 머물다가 귀로에 신동리 텃밭에 들러 열무를 뽑고 호박잎을 따 나왔다. “달포 전 심은 모종 시들다 뿌리 내려 / 넝쿨이 뻗으면서 호박꽃 피는 즈음 / 가뭄 끝 단비를 맞고 싱그러움 더한다 // 토실이 영글 덩이 그보다 우선해서 / 몇 줌 딴 잎사귀는 더운 김 익혀 쪄내 / 자작한 강된장에다 쌈을 싸서 먹으리”
앞 단락 인용절은 잠을 깬 새벽에 한 수 남긴 ‘호박잎 보시’다. 내가 손수 가꾼 열무는 김치로 담가져 후일 식탁에 오를 테다. 호박잎은 곧바로 쪄 찬으로 삼아 계절 특미가 되었다. 앞으로 들깻잎이나 고구마 잎줄기도 여름 한철 자급자족하는 푸성귀로 기대된다. 이번 기른 열무는 양이 제법 되어 놀이터로 삼는 터를 빌려준 주인장에게도 넉넉하게 뽑아가십사고 전화를 넣어두었다.
주말 이틀 도서관에서 보낸 자연인은 새롭게 한 주를 맞은 월요일은 열차 편으로 자연학교에 등교할 참이다. 이른 아침 외동반림로를 따라 퇴촌삼거리로 나가 창원천 상류에서 창원대학 캠퍼스는 거쳐 창원중앙역으로 올랐다. 순천을 출발 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에서 원동역 구간까지 표를 구했다. 정한 시각 닿은 열차는 진례터널을 빠져 진영에서 한림정을 지나 철교를 건넜다.
삼랑진에서 물길 따라 벼랑을 타고 간 원동에 내려 양산 도시형 8번 버스를 기다렸다. 원동에서 배내골 태봉마을로 하루 네댓 차례 운행하는 시골 버스다. 열차가 역에 닿기 직전 출발해 다음 배차는 2시간 후여서 사회적 협동조합 시니어 일자리로 운영하는 매화담 카페에 들어 커피를 받아 느긋하게 보냈다. 이후 역 광장으로 나가 태봉으로 가는 버스를 타니 승객은 혼자였다.
함포와 영포를 지나 배내고개를 넘자 배내천이 흘러와 밀양댐으로 모여든 배내골사거리였다. 지난날 초등학교와 중학교 분교도 맥을 이었는데, 폐교된 터는 주민 복지시설로 바뀌었고 행정력은 보건진료소가 유일하게 미치는 듯했다. 얼음골 사과단지 영향인지 근래 배내골도 사과 재배 농가가 늘었다. 멀지 않은 곳에 겨울 한 철 에덴밸리 스키장이 운영되니 남녘이라도 추운 데다.
울산광역시와 경계를 이룬 태봉마을에 닿아 배내천 다리 건너 파래소폭포로 가는 길로 들었다. 지난겨울 끄트머리 동장군이 며칠간 엄습해 와 파래소폭포가 결빙되었을 듯해 찾았더니 대단했다. 겨울철 수량이 줄어 가늘던 물줄기는 강추위로 얼음은 두께를 더해 거대한 빙폭을 이루었더랬다. 이번엔 엊그제 장마와 무관한 비가 내려 여름 폭포도 장관일 듯해 다시 찾는 길이다.
몇 채 펜션과 자그마한 절을 지나자 산림청 휴양림 시설이 나왔다. 평일이라 숙소 이용자나 산행객이 없는 호젓한 길을 걸어 폭포로 다가갔다. 바윗돌 사이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 폭포가 가까워짐을 실감했다. 억새 평원으로 알려진 간월산과 신불산에서 흘러온 계류다. 데크가 설치된 등산로 따라 폭포에 다가가니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대면했다.
거대한 물줄기 앞에 한동안 서서 숲이 내뿜는 음이온보다 더 강렬한 기를 받았다. ‘파래소’는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는 바가 이뤄지는 소(沼)’에서 전이된 듯하다. 손에 쥔 폰으로 방향을 바꿔 가며 폭포수를 앵글에 담아 지인들에게 실시간으로 보냈다. 벼랑에 쏟아지는 물줄기에서 뿜어낸 웅장한 자연의 소리와 화음을 넣듯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를 함께 전하지 못함이 아쉬웠다.
발길을 돌려 골짜기를 빠져나온 내내 인적은 아무도 없었다. 태봉에서 버스로 원동으로 나와 목포행 새마을호 객석에서 ‘배내골 파래소폭포’를 남겼다. “간절곶 일출 서기 간월재 받아넘겨 / 억새밭 스친 계류 배내골 흘러내려 / 벼랑에 낭떠러지로 하얀 포말 쏟는다 // 바윗돌 비집으며 물소리 웅장해서 / 청아한 새소리는 간간이 간주 삼아 / 마음속 묵은 찌꺼기 모두 씻고 나왔다” 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