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라
서인식/자유기고가
서인식/자유기고가
해질 녘 들끝에
노인은 하루를 내려놓는다.
찢어진 옷
닳은 신발
삶의 무게.
등의 지게는
살아온 세월이다.
노인은 평생
처자식을 위해 살았다.
먹이고
지키고
버티는 일.
어떤 날은
꿈을 묻었고
어떤 날은
마음을 접었다.
그는 오래
자신을 죄인이라 여겼다.
빈집에는 바람만 남고
저녁은 스며든다.
그때,
목소리.
오너라.
노인은 고개를 든다.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내려앉는 음성.
이제 그만하면 되었다.
하늘의 명이다.
노인은 하늘을 본다.
별 하나.
어깨에 닿는다.
그제서야 안다.
자신을 눌렀던 것은
삶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버텨야 한다는 마음.
손이 풀린다.
툭.
지게가 땅에 닿는다.
노인은 숨을 내쉰다.
어둠이 그를 덮는다.
세상에는
저녁과
비어버린 별 하나.
오너라.
짐을 내려놓아라.
죄인이여.
하늘의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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