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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난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연두흠

작성자김용복|작성시간23.05.26|조회수47 목록 댓글 0

이미 난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연두흠/ 수필가

연두흠 수필가

 학생들이 성적표를 받듯 나 또한 오늘 인생의 중반쯤에서 성적표를 받았다척추와 골반은 100세, 그리고 대퇴부의 뼈는 80세라는 성적표 말이다학교 다닐 때도 못 받아본 100이라는 숫자... 인생의 중반에 너무 과한 점수를 받았다배에 두 방의 주사와 엉덩이에 비타민 주사를 맞았다한 달에 한 번씩 내원하라는 말을 들었다나이가 먹어도 주사는 싫다맞을 때마다 무섭고 아프기 때문이다.

 

 등골이 빠진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지난 20년간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건강해야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수영 자전거 근력운동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해왔다.

 

내 몸이 왜 이럴까...

밥을 굶어가며 일을 해서 그랬나...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매장에서 일하다 보니 햇빛을 못 봐서 그런가...

글로벌 튼튼병원 센터장인 친구는 검사 결과를 보며 뼈가 너무 약하다고... 넘어지면 뼈가 부러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내 몸이 왜 이렇지?”라고 친구에게 되묻자 의사인 친구는 '유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엔 엄마가 나를 다리 밑에서 주어왔다고 하셔서 울었던 기억... 아빠는 내가 장가를 가고 손주를 안겨줬어도 술을 드시면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참 많이도 아팠다그래서 유전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뜬금없이 ‘메밀꽃 필 무렵’ 도 생각났던 것 같다왼손잡이 동이...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뼈가 약하셨던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내가 8살 때 집을 나가셨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그리고 다시 혼인신고를 하셨다.

  어느 날 어머니의 다급한 목소리 전화를 받았다술에 취한 아버지가 해 질 무렵 또다시 밖을 나가시려 해 어머니는 “좀 자요껌껌해지는데 어딜 또 나가려고 그래요?”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버지는 “은행 털러”라고 말씀하셨다 했다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순간 아찔했다 말씀하셨다술 취한 아버지가 이제는 머리가 이상해져서 은행강도 짓을 하러 가는 줄 착각했던 것이다ㅎㅎㅎ

  아버지는 그날 은행나무의 은행을 털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척추가 부러지셨고 충남대학교병원에서 결국 수술을 받으셨다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하지만 그날 수술을 마칠 때까지 병원에서 온 가족이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생각을 하면... 정말로 우리 아버지는 그 누구도 못 말리는 분이셨다.

 유전일까아니면... 어머니께서 임신 중 나를 유산하기 위해 한약을 지속적으로 드셨다는데... 그것 때문일까아버지는 내가 기형아로 태어나는 줄 알았다 했다결국 나는 태어났고 성모병원의 의사분은 약을 지속적으로 드셨던 산모의 몸이 좋지 않으니 모유 수유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어머니는 나를 낳으시고 몇 달 동안 친정인 경주로 내려가셨고 할머니는 멸치와 쌀을 빻아 끓여 만든 암죽으로 나를 키우셨다고 했다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난 추위와 더위를 상당히 많이 타는 편이지만 갓난아기 때부터 멸치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나는 내 뼈가 튼튼할 줄 알았었는데...

  낮에 병원에 같이 가줬던 아내는 차 안에서 많이 울었다늘 내 곁에서 기쁨과 슬픔 그리고 어려움을 함께해 준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그래서 아내를 데리고 근사한 곳에서 저녁식사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했었는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담배를 꺼내 피웠던 게 화근이었다.

  혼나도 난 할 말이 없다화를 낼 만도 하지...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로 가는 게 곤욕이다허리 추간판 탈출과 협착이 있기 때문이다자다가 일어날 때면 허리가 아파 반듯하게 필 수 없다허리가 굽은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화장실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나 이제는 참지 않고 살 거야!!!

아내의 도발2차전’을 위한 ‘선전포고’처럼 들렸다남편 건강 걱정을 하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미운 남편에 대한 분노가 폭발 직전... 아내의 코와 귀 그리고 머리 위에서 수증기가 뿜어 나올 것만 같았다얼마나 성질이 났으면 저렇게 잠도 못 자고 있었을까...

  나는 “여태까지 안 참고 살아왔으면서 뭐를 참는다는 거야~!!!”라고 대거리를 했고,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으려는 듯 아내는 “나 갱년기다!!!”라고 말했다나도 반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나의 ‘히든카드’ 그래서 내뱉은 말이 “나는 골다공증이다!!!” ㅎㅎㅎ

 아내는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한동안 멈추지 못했다그리고 우리는 언제 싸웠냐는 듯 사이좋게 잠들었다.

 

 다행이다 성격이 좋고 낙천적인 아내와 결혼을 해서 말이다.

 아버지 묘에는 지난주에 다녀왔다다음에 갈 때는 돗자리도 챙겨가야겠다돗자리 위에서 웃통 벗고 누워 비타민좀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아버지께 잊지 않고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아버지이젠 의심 마세요저 아버지 아들 맞아요저 골다공증이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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