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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사-논설문

빚 없는 삶,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작성자김용복|작성시간26.06.05|조회수19 목록 댓글 0

빚 없는 삶,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한대희/ 칼럼니스트

한대희 /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1998년 IMF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적 시련을 겪었다. 외화가 바닥 나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그 시절, 은행이 문을 닫고 기업이 연쇄 부도를 맞으며 수많은 가정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가장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았고,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부모의 눈물을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그 절망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장롱 속에 간직해 두었던 금반지와 돌반지를 기꺼이 내놓으며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고, 세계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 안에 IMF 채무를 청산해냈다. 그 저력 위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값진 역사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우리는 다시 한번 빚의 무게 앞에 서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내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내가 쥐고 있다는 뜻이다. 채무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매달 돌아오는 이자 납부일에 마음을 졸이고, 줄어들지 않는 원금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빚은 사람을 서서히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때로는 한 사람을 회복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끌어내려 삶 전체를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여러 금융기관에 채무를 지고 수입보다 이자가 더 많아지는 상황을 직접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고통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의 문제임을 뼛속 깊이 알 것이다.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국가도 빚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었고 국회는 정부안보다 수십조 원을 더 얹어 통과시켰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채권 발행 없이 추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전년 대비 50조 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돈을 미리 쓰겠다는 이 논리는,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 고스란히 국가 부채로 전환된다. 눈앞의 숫자를 바꿔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그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의 몫이 된다. 예나 지금이나 조삼모사는 잠시 통할 뿐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2026년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복지 지출은 갈수록 늘어가는데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세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만 정책이 흘러간다면, 그 끝이 어디일지는 우리 곁의 사례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 수십 년간 재정 확장을 이어오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채무를 안고 저성장의 긴 터널을 헤쳐나가고 있는 일본의 모습은, 결코 강 건너 불구경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현실이다. 1998년의 교훈을 가슴에 새긴 나라라면, 지금 이 순간 재정 건전성 회복을 향한 진지한 고민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삶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 절박함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2020년대 초반, 끝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뒤처질까 두려워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마련한 이들이 지금 커다란 고통 앞에 서 있다. 집값은 내려앉았고 금리는 쉽게 내려오지 않으면서, 매달 버거운 이자를 감당하면서도 팔지도 버티지도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담보 가치가 대출 원금 아래로 떨어지면 은행이 강제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집도 잃고 빚만 남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에는 분명 사이클이 있다.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릴 때도 있다. 그러나 내 돈으로 산 집이 아니라면 그 사이클의 하강 국면에서 고스란히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수입에 비해 이자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 그것이 이미 경고 신호다.
 반면 요즘 언론에서는 젊은 나이에 절약을 생활화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집을 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빚 없이 자기 발로 서는 삶, 그 단단한 자립의 가치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경제인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종잣돈 이론도 같은 이치다.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꾸준히 모아 자기 자본을 키워가는 것, 그것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길이다.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지출을 줄이고, 새로운 채무를 더 이상 지지 않으며, 가능한 모든 여력을 부채 상환에 쏟아붓는 것이다. 수입이 고정되어 있다면 답은 결국 지출을 줄이는 것뿐이다. 먹고 싶은 것 먹고, 입고 싶은 것 입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절제가 내일의 자유를 만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참고 아끼는 삶이 초라한 것이 아니다. 빚의 그늘 없이 당당하게 서 있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품위 있는 삶이다.
 걱정이 많은 시대다. 그러나 수입과 지출, 저축의 균형을 지키며 빚 없는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토대가 된다. 최소한 빚만 없어도 마음은 편하다. 그 편안함이 곧 진정한 자유의 시작이다. 1998년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처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빚의 굴레를 벗어나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서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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