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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로 달린 선거, 그리고 칸막이 너머의 행정 한대희 / 칼럼니스트

작성자김용복|작성시간26.06.13|조회수39 목록 댓글 0

휠체어로 달린 선거, 그리고 칸막이 너머의 행정
       한대희 / 칼럼니스트

한대희/ 칼럼니스트


 한 시민이 인수위원회에서 마주한 행정의 민낯.
제9회 지방선거를 1년쯤 앞둔 어느 날, 인연이 있던 한 분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별히 깊은 인연은 아니었지만, 그분의 도전을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나는 입당을 결심했다. 그리고 경선 준비부터 본 선거운동까지 그 긴 여정에 함께하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입당을 권유하고, 후보 결정 여론조사 전화를 꼭 받아 달라고 수많은 분들께 부탁을 드렸다. 경선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무려 세 차례에 걸친 지난한 과정 끝에야 후보가 확정되었다. 그 무렵 나는 오랫동안 몸담아 온 정의당을 탈당해야 했다. 우리나라 정당법은 복수 당적을 허용하지 않기에, 자칫 후보에게 누가 될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활동하며 머물렀던 당을 떠나던 그 순간의 마음은 미안함으로 가득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본 선거가 시작되자 나는 후보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 정책을 제안하고, 후보를 알리는 일에 온몸을 던졌다. 아침 일찍 반려견과 함께 이 동네 저 동네를 누볐고,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은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그렇게 대전 동구의 16개 동 가운데 10개 동을 전동휠체어 바퀴로 직접 굴러다녔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쓴소리를 들을 때면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청년과 장년들의 목소리였다. "정치인이 바뀌어도 우리 삶과는 상관없다"는 체념 섞인 말. 그때마다 나는 힘주어 말했다. 누구를 선택하시든 투표에 참여하셔야 정치인이 변하고, 여러분의 삶도 우리 아이들의 삶도 바뀔 수 있다고. 투표에 불참하니 정치인들이 투표율 높은 어르신 공약만 내놓는 것 아니냐고. 그리고 황인호 후보는 청년과 장년의 민원을 직접 듣고 행정에 참여할 기회를 열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6월 3일, 그토록 열심히 알린 황인호 후보가 동구청장에 당선되었다. 후보가 구청장이 된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이 선거에 참여하며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다. 자리도, 돈도, 명예도 아니었다.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 정의당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다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을 뿐이다.
당선 얼마 후 청장님께 전화가 왔다. 인수위원회에 참여해 달라는 말씀이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발대식을 시작으로, 일반 시민으로서 난생처음 행정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업무보고와 회의를 이어갔다. 보건·복지·환경 분과 위원으로 위촉되었지만, 나는 분과의 경계에 머무르지 않았다. 모든 분과를 넘나들며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처음이라 잘 몰라서 가능했던 용감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질문을 위해 동구청의 수많은 과를 미리 살피고, 지난 4년은 물론 그 이전 4년의 행정까지 공부했다. 공모사업에 왜 참여하지 않았는지, 예산 불용의 원인은 무엇인지, 업무 추진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쏟아내듯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공무원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건 우리 국 업무가 아니라 답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건 우리 과 업무가 아닙니다." 공모사업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업무 과중 때문이고, 예산 불용의 이유는 다양하다고 했다. 일반 시민으로 인수위에 들어와 보니, 구민들이 주민센터나 구청에 민원을 호소하고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던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공무원은 업무를 정해 줘야 움직인다"는 어느 공무원의 말은 차라리 아이러니였다.
 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여러 부서를 옮겨 다닌다. 그런데도 칸막이 행정 속에서 부서 간 협조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내 일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깊게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칸막이는 청사 안 공무원들 사이에만 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칸막이 앞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는 것은 결국 민원인, 곧 구민이다.

 AI가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시대다. 행정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행정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행정으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물론 행정문화가 예전보다 많이 변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거리에서 주민을 만나고, 인수위 회의실에서 공무원을 마주한 한 시민의 눈에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한 후보를 응원했고, 그 마음 그대로 인수위원회에서 질문을 던졌다. 이제 그 질문은 새로 출범하는 구정이 답할 차례다. 칸막이를 허물고, 주민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행정. 그것이 휠체어 바퀴로 10개 동을 누비며 만난 주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던 변화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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