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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사-논설문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한대희/

작성자김용복|작성시간26.06.14|조회수12 목록 댓글 0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한대희/ 칼럼니스트

한대희 칼럼니스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마치며
모든 선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지난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먼저 당선의 영예를 안으신 분들께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안타깝게 낙선하신 분들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수고와 열정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다. 선거에 출마한 모든 분들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로 그 자리에 섰을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에 출마하신 광역·기초단체장 후보자들, 그리고 시·군·구 의원 후보자들은 지역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선거에 임하셨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기득권 유지에 더 방점을 두는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출마자 모두가 그렇다고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친 말일 것이다. 

치성(治城)이 수성(守城)보다 어렵다.
옛말에 '수성보다 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있다. 공격하여 성을 빼앗는 것도 중요하지만, 빼앗은 성을 잘 지키고 다스리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당선되신 분들은 선거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 임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그 어느 때보다 겸손한 자세로 행정에 임해야 한다.
 당선자들은 선거 기간 동안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그 말에 익숙해진 나머지 정치를 점점 외면하고 있다. 그 결과, 실제로 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늘 한정적이다. 고정 투표층이 정해져 있다 보니, 정치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위한 공약에 집중하고, 젊은 유권자를 위한 미래지향적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정치와 국민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선관위 관리 부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바로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 문제다. 유권자에게는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인 투표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그 투표를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기본적인 투표용지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직무 유기다.
이번 지방선거의 전국 투표 참여 인구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 큰 기대와 관심을 가졌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을 찾았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런데 정작 이를 준비했어야 할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투표 종료 이후에도 관리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진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행정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럽고, 솔직히 화가 난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주체들의 반응이다. 반성과 사과보다는 책임 전가와 상호 공격이 먼저였다. 국민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는 한, 선관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과 행정적 전문성 두 가지 모두를 갖춰야 하는 독립 기관이다. 철저한 내부 혁신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구태를 벗어난 새로운 공직 문화를 기대하며
이번에 당선된 단체장들에게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공직 문화의 혁신이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도제식, 칸막이식 행정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업무 영역의 한계를 스스로 긋지 않고, 부서 간 장벽을 넘어 협력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 행정 전반이 달라질 수 있다.
 중앙정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강압적 지시와 일방적 감사 문화에서 벗어나, 기초단체장과 일선 공무원들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동반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급 기관 다루듯 하는 태도를 버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지방 공무원들의 노고를 칭찬하고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상벌은 분명하게 해야 하지만, 그 전제는 신뢰와 존중이다.
 일선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업무 범위를 스스로 제한짓지 말고, 현장에서 느낀 개선 방안이나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중앙부처를 찾아가고, 때로는 국회의원실 문을 두드려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일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계급과 직급에 눌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것은 자신감과 사명감에서 비롯된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못 해낼 일이 없다.

전시행정의 유혹을 경계하라
단체장이 바뀌면 일선 공무원들은 혼란스럽다. 새로운 수장의 눈치를 살피며 당선자의 공약을 중심으로 로드맵을 급조해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기존에 잘 추진되고 있던 사업들은 단체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중단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새 단체장과 충분히 협의하여 기존의 좋은 사업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시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이다.
임기 내에 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는 조급함은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정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화려하게 포장된 사업보다는 시민이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행정이 진짜 행정이다. 방만하고 불필요한 사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실질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이해하지만, 전시행정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낙선자에게 드리는 말씀
이번 선거에서 아쉽게 낙선하신 분들께도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신을 대신해 당선된 단체장이 잘 하고 있다면 응원하고, 미흡한 점이 있다면 건설적으로 질책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지역 사회를 위한 진정한 헌신이고, 다음 도전을 위한 가장 훌륭한 준비이기도 하다.
낙선의 경험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솔직하게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배움의 기회로 삼아 부족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간다면, 그 다음 도전은 분명 더 단단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시대를 앞서는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치다
시대가 변했다. 국민들은 이념과 진영 논리의 소모적 다툼보다, 자신들의 일상 속에 녹아든 정치를 원한다. 집 앞 도로가 안전한지, 동네 공원이 쾌적한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이 충분한지, 어르신들이 편히 다닐 수 있는 복지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이런 일상의 문제들이 지방자치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아쉬움이 남는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정치가 아니라, 한 발 앞서서 시민의 필요를 미리 읽고 준비하는 정치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다.
이번에 당선되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수성(守城)보다 치성(治城)이 어렵다는 것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업무에 충실하고 시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데 온 힘을 쏟아 주시길 바란다. 일 잘하는 단체장을 시민들이 외면하거나 교체하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념과 진영을 떠나, 실력 있고 성실한 단체장에게 시민들은 더욱 뜨거운 지지와 응원을 보낼 것이다.
모든 당선자들의 앞날이 빛나기를, 그리고 그 빛이 결국 시민들의 삶을 밝히는 데 쓰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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