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6천만 원의 무게 —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한대희 / 칼럼니스트
대전 동구 가오동에 자리한 '동구 글로벌 드림캠퍼스'가 지난 3월 28일 문을 열었다. 박희조 동구청장이 민선 8기 들어 가장 힘을 쏟은 대표 공약사업 중 하나다. 동서 교육격차를 줄이고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이 사업은, 그러나 예산 편성 단계부터 개관에 이르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개관 석 달이 지난 지금, 이 사업이 던진 질문들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의회가 전액 삭감했던 사업
이 사업의 출발은 2023년 3월, 대전세종연구원에 의뢰한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이었다. 그런데 구청은 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오동을 입지로 발표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그해 9월 제2회 추가경정예산에 실시설계용역비 등 8억 2천만 원이 올라왔지만, 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자치단체장이 추진한 사업 예산이 의회에서 통째로 잘려나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의회가 내세운 삭감 이유는 분명했다. 대전세종연구원의 자체 타당성 연구에서 나온 비용편익(B/C) 수치가 0.4로, 통상 사업성을 인정받는 기준치인 1.0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이 가장 컸다. 여기에 용역 완료 전에 입지와 예산을 먼저 정해버린 절차적 문제, 가오동 입지로는 신탄진 방향 등 동구 북부권 주민들이 사실상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형평성 문제, 그리고 2020년 15억 원을 들여 이전한 동구문화원을 또 다시 옮기게 되는 데 따른 예산 낭비 우려까지 함께 제기됐다.
박희조 청장은 이 결정에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학부모 단체들과 일부 시의원들이 지지 목소리를 보태면서 사업은 결국 재추진됐다. 2024년 실시설계용역이 마무리 되고 본예산이 편성됐으며, 2025년 9월 ㈜정상제이엘에스와 위·수탁 협약이 체결되고 올해 3월 개관에 이르렀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문을 연 셈이다. 다만 의회가 처음 제기했던 경제성 논란이 그 사이에 해소됐다는 공식적인 설명은 아직 충분히 알려진 바가 없다.
-연 11억 6천만 원 운영예산, 동구 재정에 가벼운 액수일까?
개관 이후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운영 예산이다. 동구의회 예산서에 따르면 미래교육과 소관 본격 운영 예산은 연간 약 11억 6,200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사업 초기 세팅 예산 5억 8천만 원 가량이 별도로 들어갔다. 이 예산은 국비나 시비 지원 없이 전액 구비, 즉 동구 자체 재원으로 충당돼야 한다.
동구는 대전 5개 자치구 가운데서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곳으로 꼽힌다. 그런 구청 살림에 매년 11억 원 넘는 고정 지출이 새로 생긴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이 사업 하나 때문에 구청 직원 인건비 지급이 곤란해질 정도라는 주장까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일수록 신규 고정 지출 하나가 다른 사업의 예산 여력을 갉아먹는 구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11억 원이 어디서 줄어든 결과인지는 추경 편성 과정과 타 사업 예산 변동을 함께 살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더구나 이 사업과 비슷한 전례가 동구에 이미 있었다. 과거 운영되다 적자로 문을 닫은 '동구 국제화센터'다. 비슷한 성격의 시설이 재정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관한 경험이 있는 만큼, 같은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체험시설인가, 사실상 학원인가
운영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구청은 이 시설을 체험형 교육공간으로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기 수업이 편성되고 레벨별 분반 테스트와 자체 교재를 활용한 단계별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일반 영어학원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적으로는 교육청에 평생교육시설로 등록돼 있는데, 운영 실태가 정규 학원식 교과 교육에 가깝다면 등록 취지와 실제 운영 사이에 간극이 생긴다. 동부교육지원청은 일반 학원식 운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점검을 예고한 상태다.
이 시점에서 지역 학원가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학원총연합회 대전시지회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구청과 교육청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골목상권인 동네 학원들과 직접 경쟁하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수강생들이 사용하는 교재비가 위탁운영사를 통해 별도로 결제되는 구조까지 알려지면서, 세금은 세금대로 들어가고 특정 민간업체가 추가 수익까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
이 사업을 둘러싼 논쟁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구체적인 숫자다. 총사업비가 정확히 얼마였는지, 11억 6천만 원이 인건비·시설비·위탁 수수료로 어떻게 나뉘는지, ㈜정상제이엘에스와의 협약 내용과 계약 금액이 무엇인지, B/C 0.4라는 평가를 뒤집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는 아직 시민들에게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박희조 청장이 추진한 사업의 취지 자체, 즉 동서 교육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표는 부정할 이유가 없다. 다만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의회가 던졌던 경제성 의문에 대해 구청이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매년 11억 원이 넘는 구비가 투입되는 사업이 동구 재정에 실제로 어떤 부담을 주는지는 막연한 우려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 사무감사를 통해 구체적 수치로 확인돼야 할 문제다. 동구 주민이라면 이 사업이 정말 제값을 하고 있는지, 그 답은 추측이 아니라 공개된 자료로 들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