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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제2취수탑, 약속이 아니라 절차로 풀어야 한다. / 한대희

작성자김용복|작성시간26.06.21|조회수13 목록 댓글 0

대청호 제 2취수탑, 약속이 아니라 절차로 풀어야 한다.
    한대희/칼럼니스트

한대희 칼럼니스트


 대전 동구 추동에 들어설 대청호 제2취수탑 건립을 두고 지역사회의 시선이 분주하다. 180만 충청권 주민의 식수를 책임질 시설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작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할 것은 공사 일정이 아니라, 정작 그 옆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추동 주민들의 목소리다.

 왜 동구인가?
원래 이 사업은 대덕구에 짓는 안이 먼저 검토됐다고 한다. 그런데 대덕구에 지으면 공사비가 1,000억 원 더 든다는 이유로 동구로 입지가 바뀌었다는 게 새 구청장(황인호)당선자의 설명이다. 사실이라면 이 숫자는 단순한 행정 비용이 아니다. 동구가, 그리고 추동 주민들이 감당하게 될 불편과 규제의 무게를 돈으로 환산한 값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동구가 받아야 할 몫도 그만큼 명확한 근거를 가져야 한다. 막연한 '상생'이 아니라, 입지 변경으로 절감된 비용에 상응하는 정당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자격이 동구에는 있다.

 전임자의 약속,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임 구청장 시절 동명초등학교 부지에 숙박이 가능한 물환경교육관을 짓겠다는 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 안전을 이유로 교육청은 난색을 표해 왔고, 정작 대전시 본청도 처음부터 이 안에 회의적이었다는 정황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약속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주민을 위한 것이었다면 왜 정작 실행 주체인 시와 교육청은 처음부터 미온적이었나.
 새 구청장 당선자가 이 약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래서 합리적인 출발점이다. 다만 방식이 중요하다. 전임자가 한 약속을 새 구청장이 일방적으로 뒤집는 모양새가 되면, 그 자체로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대신 공청회와 설문조사 같은 공식 절차를 통해 주민에게 직접 묻는 방식이어야 한다. 숙박시설이 정말 주민이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생계 수단이나 마을 농로 포장, 상수도 요금 감면처럼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더 절실한 것인지—이 질문에 답할 사람은 행정도, 전임자도 아닌 주민 자신이다.

 보상의 크기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흔히 이런 갈등에서 행정은 보상의 액수부터 따진다. 그러나 추동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된 적이 있었는지부터 돌아 볼 일이다. 이중 규제 속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시설 하나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제로 반영된다는 신뢰일 수 있다. 절차를 건너뛴 보상안은 아무리 그 규모가 커도 신뢰를 사지 못한다.

 금강은 왜 항상 마지막인가?
여기에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금강유역은 4대강 수계 중 주민지원사업비 규모가 가장 작다. 한강 수계가 연간 700억 원대를 지원받는 동안, 금강유역은 200억 원대에 머문다. 이는 정부가 충청권을 홀대해서가 아니라, 물 이용 부담금을 내는 하류 인구 자체가 한강 권역에 비해 적고, 부담금 단가마저 낮게 책정된 제도적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가 합리적이라고 해서 그 결과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규제를 감내하는데 보상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면, 그것은 결국 형평성의 문제다.
 제 2취수탑 입지 변경으로 절감된 1,000억 원, 그리고 금강유역이 구조적으로 가장 적게 받아온 지원금—이 두 가지를 따로 보지 말고 함께 봐야 한다. 동구만의 민원으로 묻어둘 것이 아니라, 금강수계법 개정이나 특별교부금 신설 같은 제도 개선 의제로 끌어올릴 때, 비로소 추동 주민들의 희생이 정당한 무게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절차가 곧 신뢰다.
식수 안보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그 시급함이 절차를 생략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새 구청장 당선자가 보여줘야 할 것은 빠른 결단이 아니라 정확한 절차다. 주민에게 묻고, 그 답을 근거로 약속을 다시 세우고, 동시에 금강유역 전체의 형평성 문제를 제도권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세 가지가 함께 갈 때 비로소 제2취수탑은 갈등의 상징이 아니라 상생 행정의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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