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의 약초 힐링 여행
덕천 염재균/수필가
녹음이 짙어져 가는 6월이다.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농촌의 들녘에는 농부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쓸쓸함이 밀려온다. 푸른 옷으로 갈아입은 산에는 살구꽃이 사라지고 밤꽃이 피어나 특유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여행은 즐겁기도 하지만, 힘든 여정을 견디어 내야 하는 인내를 필요로 한다.
행복 주치의 우리 산과 들의 약초 이야기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 동호회를 결성하여 전국의 유명한 약초와 관련된 곳을 찾아서 다니는 힐링 여행이 인기가 대단하다.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공지가 카톡에 뜨자마자 순식간에 모집 인원이 채워졌다. 명단에 들지 못한 회원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번 달의 약초 힐링 여행은 ‘국립한국자생식물원’과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먼저 찾아간 곳은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이다.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자락에 있는 자연형 식물원으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만을 모아 보존과 전시를 하는 곳이라 한다. 입구에 도착하자 해설사 2명이 나와 두 팀으로 나누어서 구역별로 다니면서 자세하게 설명이 이어졌다. 이 식물원에는 약 1,400여 종 이상의 자생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생태 보전과 교육, 그리고 힐링 공간의 성격을 동시에 가진 식물원이다.
우리나라 토종 식물만 전시하고 자생식물 중심의 자연형 식물원으로 계절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화려함보다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느끼는 곳으로 희귀·멸종위기식물 보전원으로 한국 특산식물원, 독성식물원, 생태식물원, 숲길, 구름다리, 쉼터 등 다양한 테마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곳은 단순 관람이 아니라 식물의 생태와 이야기를 배우는 구조로 식물원 자연 속 산책과 탐방, 그리고 힐링의 공간으로 생각보다 넓었다. ‘비안의 언덕’인 야생화단지로 가기 전 비탈진 곳에 100회 마라톤 기념탑이 있다. 식물원 설립자이자 기증자가 100회 이상 완주한 동호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라 한다. 마라톤 최초 100회 완주 314명에 대한 명단에 약초 이야기 회원이면서, 재미있고 유익한 고사성어를 수강하는 70세가 넘으신 분이 새겨져 있어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의 말을 빌리면 80세가 되어도 마라톤은 계속할 것이라 하니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건강해야 하고 싶은 일을 하더라도 남보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한다. 식물원 안에는 숲속 책장이 있는데, 2층에는 태백산맥의 저자인 조정래 작가의 서가로 작가의 작품들이 있는 점이 특이해 보였다. 책들을 읽어 볼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자생식물원은 꽃을 보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이해하고 느끼는 생태 체험 공간으로 이름 모를 꽃들이 많아 배움의 기회로 삼고 싶어진다.
자생식물원을 나와 버섯과 두부가 들어간 전골과 산나물무침으로 점심 식사를 맛있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불두화가 한그루 서 있다. 불두화는 부처님의 곱슬머리를 닮아 붙여진 하얀 꽃나무다. 꽃향기가 없다고 해 벌들이 날아 오지 않는다고 한다. 향기가 나지 않으면 벌과 나비에게 버림을 당한다고 하니 불쌍한 생각이 든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천년의 숲으로 불리는 전나무 숲길이다. 약 80년 이상의 나무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나무 숲이라고 해설사는 말해 준다. 이곳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로 숲길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고 패러디를 하거나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드라마 속 한 장면을 따라 해보며 연인들만의 추억을 쌓기도 좋은 곳이다. 곧게 뻗은 전나무 숲길을 걷다가 보면 왜 이곳이 가장 유명한 코스가 되었는지 금방 느끼게 될 것이다.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흙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시원하게 뻗어 있는 전나무와 소나무는 물론 계곡 등의 절경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숲길의 매력이다.
나무들 사이에 둘러싸인 계곡을 바라보고 있으면 물줄기의 시원한 소리와 주변의 공기로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다. 조금 가다 보니 다른 나무끼리 가지가 엉켜서 자라고 있는 사랑의 나무인 연리지가 눈에 띈다. 전나무 숲길에서 사랑의 징표인 나무를 보다니 신비스럽다. 전나무 숲길의 매력은 아름답고 평화롭다는 것이다. 언제든 이곳을 걷는다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숲에서 복잡한 생각을 비우며 걷다가 잠시 멈춰 명상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쉼터가 있는 것도 좋다.
그곳에서 잠시 나만의 휴식을 하는 ‘숲캉스’가 주는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몸과 마음에 있는 잡생각을 비워내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 명상하고 있으면 다람쥐가 반갑다고 다가와 인사를 하는 것처럼 도망도 가지 않는다. 맨발로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그곳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자연의 푸르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아무것도 거를 것이 없는 온전한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숲이 우리에게 주는 치유는 맑은 공기와 자연의 냄새뿐만이 아니라 그 깨끗하고 맑은 공간에서 오는 자연의 기운이 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을 준다.
숲은 고요하기도 하지만 자연의 풍요로운 소리로 가득 차 있고, 푸른 녹음의 향기가 우리를 맞아 준다. 맨발 걷기가 끝나고 발을 깨끗이 씻은 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월정사 일주문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월정사는 신라 시대 선덕여왕 12년 창건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로 월정사팔각구층석탑, 목조문수동자좌상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사찰은 그 역사만으로도 존재가치가 뛰어나다고 한다. 고찰이 주는 기운도 엄청나지만 둘러보다 보면 월정사가 주는 평온함도 느낄 수 있었다.
천 년의 역사를 지켜낸 숲과 월정사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이 숲의 기운이 사찰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사찰이라는 곳이 주는 느낌은 실로 묘하다. 불교 신자가 아닌 데도 절로 마음이 경건해지고 겸손해지며 두 손을 모으게 한다. 이곳에 있을 때만은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놔야 할 것 같다. 절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구경을 한 후, 전통차를 아내와 같이 마시고 싶어 찻집을 들렀으나 재료가 소진되어 마실 수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주문을 나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금강교를 지나면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월정사를 보고 나니 어지러운 현실의 생각을 비우고 나에게 집중하며 사유하는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다. 전나무 숲길의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월정사가 주는 기운으로 몸과 마음의 나쁜 것을 비워내고 또다시 채워가고 싶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생식물원인 국립한국자생식물원과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전나무 숲길의 체험은 약초 힐링 동호회가 추구하는 식물도 구경하며 건강도 챙기는 ‘일석이조’가 아닐까? 약초 힐링 여행을 통하여 건강이라는 자양분은 점점 커질 것이다. 또한, 여행을 통하여 정년퇴직 후 모든 것을 내려놓은 나의 본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해 본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노년의 즐거움은 소소한 행복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누구를 시기하는 마음을 버리고 웃음꽃이 피어나는 이 시간이 최고인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겠다. 오늘의 여행은 약초 동호회원들과 함께한 소중한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걸으면 행복함이 묻어나고 걷지 못하면 병원에 갈 일만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새기며 오늘의 힐링 여행을 마무리한다.(2026.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