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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문학 창작실

[수필] 꿈이 없는 어른이 되기 위한 방법

작성자김종훈|작성시간26.06.06|조회수31 목록 댓글 0

탕핑(躺平)족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편하게 드러눕는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신조어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누운 채 보내는 젊은이들을 말합니디. 그런데 그들이 너무 많아져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다음 세대에게 좋은 사회가 되어 가고 있나요?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옛 제자 둘이 찾아왔습니다. 꼬마 같기만 하던 아이들이 이제 어엿한 대학교 졸업반이 된 모습을 보니 세월의 흐름이 실감이 났습니다. 그동안 살아 오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한 명은 졸업반 취업 준비 중이고, 다른 한 명은 정부 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성실했던 아이들이라 열심히 사는 모습이 참 기특했습니다. 허나 이제 곧 사회에 첫발을 디딜 순간이어서 그런지 고민도 많아 보였습니다. 칠판 앞에서 늘 정답만 가르치던 옛 버릇이 남아있어서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 품에서 떠난 아이들에게 주제넘은 참견이 될까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보다는 질문을 주로 했습니다. 

 

사회에서는 MZ세대에 대한 비토 감정이 많지만, 이 아이들도 나름의 고충이 많았습니다. 특히 시기가 시기인 만큼 취업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영어시험 오픽을 챙기고, 한국사와 컴퓨터 자격증을 기본으로 깔고도 이제는 AI와 기획서 작성 능력까지 인턴 경력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학점 3.8은 그 좁은 문턱에 발이라도 디디기 위한 입장권이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 아이들이 참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기특함과 동시에 무언가 시스템적으로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두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취득할 정도로 명석하고 똘똘한 친구였거든요. 하지만 이런 친구들도 오직 취업 걱정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꿈이 뭐냐고 물어보았으나 모른다고 합니다. 초중고에 대학교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이 아이들이 꿈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겁니다. 한창 꽃이 만개할 20대 초반 시절을 그저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느라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하는 것은 그저 사치였던 거죠. 혹시라도 한눈을 팔게되면 치열한 경쟁에서 밀릴 게 뻔하니까요.

운이 좋으면 이 두 아이는 취업에 성공할 겁니다. 아주 운이 좋으면요.

그런데, 만약 경쟁에서 지면 어떻게 될까요? 꿈도 없고 그저 스펙만 쌓았는데 계속 지면요? 눈높이를 낮춰라? 만족하고 살아라? 

사회는 계속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몹니다. 꿈을 꿀 권리는 빼앗아 갔지만, 실패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승자와 패자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패배한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그저 노력이 부족 했으니 감당하라고만 할까요? 그럼 이들이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드릴까요? 

아닙니다. 여태껏 쌓아온 것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 그들은 탕핑족이 될 겁니다. 꿈이 없었으니까요.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그저 하루하루 누워서 지내게 될 겁니다. 그게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로, 중국에서는 탕핑족으로 발현된 것일 테고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의 미래를 자주 생각합니다. 아이가 삐뚤어지지 않은 채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 부모도 사교육비 열심히 지출하면서 뒷바라지한다면, 거기에 운도 많이 따라준다면 이 두 제자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성실히 달려서 결국 꿈을 생각할 여유 없이 취업 걱정을 하는 성인이 되겠지요. 

그렇지 않고 뭔가 하나라도 삐끗하면 탕핑족이 될 수도 있을 테고요.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어도, 자라나는 세대는 그렇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를 좀 덜 시키고 어릴 적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뒷바라지하고 있습니다. 

국·영·수 학원에 떠밀기보단 루페로 작은 세상도 살펴보고,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 빛나는 목성의 달도 같이 보면서요. 

그렇지 않으면 꿈이 없는 어른이 되기 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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