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요, 어디가니껴
빗소리에 묻어온 나직한 목소리
아재요 어디 가니껴
빗줄기 사이로 설핏 지나가는
그해 여름의 꼬맹이 하나가 보입니다
갈라진 논바닥이 하얗게 가슴을 태울 때
하늘을 달래어 내리던 장맛비
마른 대지가 단비를 머금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
세상은 온통 풍요로운 축제였습니다
맨발 가득 닿던 부드러운 흙의 감촉
검정 고무신 두 손에 쥐고
논두렁을 달리던 소년의 웃음소리가
빗방울이 되어 툭툭 떨어집니다
아재요, 비가 오니 더 사무칩니다
어디 가니껴, 그 다정한 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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