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탱해주는 뿌리
박노승/인문학 교수
인생에 있어서 뿌리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삶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합니다.
‘뿌리’라는 주제를 마주하고 보니 가만히 제 발밑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나의 두발은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을 딛고 있지만,
내 마음의 눈은 투박하고 어두운 땅속의 깊은 곳을 향하게 됩니다. 그 곳에는 화려한 꽃이나 탐스러운 열매와 잎에 가려 우리가 자주 잊고 살지만 나의 삶을 지탱을 해주는 버팀목이 돼 주고 있습니다.
인생(人生)을 하나의 나무에 비유하곤 합니다.
우리는 대개 보이는 현실 속에서 줄기의 굵기. 가지의 무성함. 그리고 매년마다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었는가로 그 나무를 평가를 합니다.
우리의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내적 삶이 중요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고 사는 외적 삶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얼마나 높은 지위에 있는 지, 그 사람이 외적으로 어떠한 성과를 내었는지와 같은 외적인 ‘열매’에 주목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그 나무를 지켜내는 것은 화려한 가지와 열매가 아닙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묵묵히 흙을 움켜쥐고 있는 뿌리입니다.
첫 번째, 뿌리의 미덕은 기다림과 축적에 있습니다.
씨앗이 땅에 떨어져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싹을 틔워 하늘로 뻗는 것이 아닙니다. 땅속의 어둠속에서 묵묵히 아래로, 아래로,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뿌리 내리는 동안의 이러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빛나는 주목을 받지 모했던 시절, 많이 노력을 하였지만 성과가 없었던 정체기, 혹은 실패하여 좌절했던 순간들, 우리는 그때를 정체되고 뒤처졌다고 자책을 합니다. 그러나 나무의 생태를 보면 그것은 멈춘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버텨내기 위하여 양분을 모으고 지지대를 넓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성장의 시간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깊이는 그 어두운 터널 속에서 얼마나 단단한 뿌리를 내렸는냐에 따라 결정이 됩니다.
두 번째, 뿌리는 흔들림을 지탱하는 버팀목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결코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하는 시련이 우리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이때에 우리를 지탱해주는 인생의 뿌리는 무엇일까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 함으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으니...”라고 용비어천가에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흔들리지 않는 삶의 비결은 외풍(外風)을 막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를 합니다.
내가 힘들 때 조건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가족과 고향이 있다는 사실, 나를 지켜온 신념,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은 내 인생의 뿌리를 곧게 지켜 줄 것입니다.
세 번째, 뿌리는 본질을 흡수하는 흡수력이 있습니다.
뿌리의 본질은 흡수하는데 있습니다. 흙 속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미량의 수분과 영양분을 필사적으로 찾아내어 줄기로 말아 올립니다. 우리 인생의 뿌리 역시 끊임없이 삶의 자양분을 흡수하여야 합니다. 타인에 대한 포용력,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 깨닫는 지혜,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고마움과 감사 등이 영양분입니다,
결국 좋은 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 놓여도 그 안에서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아름답게 승화 시킬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잎은 떨어져도 뿌리는 남습니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어김없이 잎을 떨어 뜨리고 겨울 맞이하게 됩니다. 나무의 외형은 앙상하고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는 모든 에너지를 뿌리로 모아 겨울의 추위를 견뎌 냅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다시 살아납니다.
우리 인생의 계절도 이와 같습니다.
지금 당장 내 삶의 가치가 앙상해 보인다고 해서 우리는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은 계절에 따라 변하지만, 땅속의 뿌리는 변함없이 우리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삶의 무게를 지탱하며, 더 깊은 곳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을 우리 모두의 뿌리를 응원합니다.
나무의 아름다움은 꽃에 있지만, 결국 나무의 생명은 오직 뿌리에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나의 눈부신 꽃뿐만 아니라,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소중한 ‘뿌리’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