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호박죽을 좋아하는 아내가 사 먹는 죽은 달기만 하다고 직접 끓인다. 물론 많이 해본 일이다. 삼거리 산천옥 주모 방뎅이만 한 누런 조선호박 팔등분으로 쪼개어 삶고 지금이 철인 양대콩 넣어 끓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설 지나고 아버지는 뒷산 비탈에 큰 구덩이를 파고 겨우내 온 식구가 모아둔 뒷간에서 잘 익은 똥을 퍼 날라 구덩이에 부어둔다 제비 올 때쯤 구덩이에 흙을 덮고 호박씨를 심으면 새까만타하리만치 튼튼한 호박잎이 힘차게 뻗어가고 진노란 호박꽃에 솔방울 같은 호박이 많이도 열렸다.
제비 돌아가고 기러기 올 때면 호박줄은 시들고 비탈엔 누른 방뎅이들이 부끄러운지 돌아앉아들 있다. 그들은 겨우내 우리들의 식량이 되었다.
똥으로 키운 호박에 똥냄새는 안 난다. 모든 거름은 냄새가 나지만 그 냄새를 맡으며 자신을 키우고 달콤한 향내를 품는다.
맛난 호박죽 한 대접 먹었으니 건강한 황금색 똥을 누어야겠는데 나의 장은 그럴 능력이 늘 부족하여 오늘도 끙끙대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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