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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

작성자덕림 최영식|작성시간26.06.22|조회수30 목록 댓글 0

시란 무엇인가

 

수수께끼 하나 풀어 볼까요? <너무 길다> 이 한 마디 말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연상합니까?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인 '쥘 르나르'의 뱀이 답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짧은 '' 형태가 일본의 하이쿠인데 류시화 시인이 번역 출간한 책의 제목이 '한 줄도 너무 길다'였습니다. ()는 어떻게든 짧게 압축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써야 하는 것인데 그러자니 자연이 효과적인 표현 수단으로 은유나 상징 따위를 채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글씨가 뱀처럼 꿈틀거렸다', 여체는 희열에 몸부림치며 뱀처럼 꿈틀거렸다. 라고 합시다. 그러나 효과적인 표현 수단이라고 해서 고안해낸 수사법이 소통에 장애를 가져온 다면 그건 문제입니다.

요즘 시()가 무슨 수수께끼마냥 암호문서 마냥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시가 그렇게 어렵기만 한 것일까요.?

 

시란 무엇인가요? 이것은 초보자들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전문적인 시인들이 자기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던져야할 질문입니다. 어찌 보면 간단할 것 같은 이 질문에 대해 짧은 시간에 속 시원한 대답을 듣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풀꽃 /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 2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 이것은 비밀

 

풀꽃 /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필자는 평소 시를 즐겨 읽고, 시집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시 몇 작품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풀꽃>이란 책을 선물로 받고 나서야, 시집이 잔뜩 꽂혀있는 내 서가에 나태주의 시집이 단 한 권도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물론 평소 간결한 형식의 시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나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저자에 대한 인식이 다분히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풀꽃이라는 시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기에, 나 역시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아포리즘처럼 짧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주지하듯이 아포리즘이란 삶의 교훈 등을 간결하게 표현한 글을 지칭하는 용어이며, 대개 문장이 단정적이고 그 표현은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집을 일독했을 때, 시인의 시 세계는 훨씬 더 깊고 넓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집은 풀꽃 시인 나태주의 첫 필사시집!’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래서 책을 펴보기 전 까지는 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를 필사한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일부는 시인이 필사한 작품도 있었지만, 애초에 생각했던 전체적으로는 필사를 한 시집은 아니었다. 그런데 표지에다 필사시집으로 표현한 것은, 아마도 독자들로 하여금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시집이라는 의미일 거라고 짐작이 된다.

 

실제 시집을 보면 시집의 한 면은 시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한 면은 비워진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서두의 시인의 말에서 누군가의 시를 필사한다는 것은 그 시를 잘 알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들에게 당신은 나의 시를 필사하면서 나의 마음도 알게 되고 짐짓 나의 인생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이 시집은 시인이 필사한 시집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필사시집임을 여기에서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초판에만 수록되어 있다는 시인의 친필 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를 읽고 필사(筆寫)하고 외우는 일, 시 공부의 첫 걸음이고 아름다운 인생의 출발입니다. 시를 읽고 시를 필사하고 시를 외우는 일 없이 시인이 어찌 시인일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으며 진지한 인생일 수 있으며 끝내 영혼의 삶일 수 있겠는지요!> 2019. 8. 16 나태주 썼습니다.

 

이 시를 읽다 보니, 아주 오래 전 시와 친해지게 된 계기가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학생잡지에 실린 펜팔란을 이용하여 이성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마지막에 적어 넣을 적절한 시를 찾기 위해 시집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것을 기회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 남게 되었던 셈입니다. 처음 시와 친해지게 된 동기는 지극히 불손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평생의 일거리를 찾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나 역시 시인의 말처럼 시를 필사하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풀꽃처럼 아주 짧은 작품이 있는가 하면, ‘하늘에서 휴가 나와와 같은 묵직한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는 전체 5연으로 이뤄진 비교적 짧지 않은 작품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집을 읽고 비로소 그동안 부분적으로 이해했던 시인의 시 세계의 면모를 보다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40여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의 작품 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으로 인해 시인의 진면목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자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선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좋다

 

좋다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할까?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가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어라.

 

가을이 와

 

가을이 와 나뭇잎 떨어지면

나무아래 나는

낙엽부자

 

가을이 와 먹구름 몰리면

하늘아래

구름부자

 

가을이 와 찬바람 불어주면

빈 들판에 나는

바람부자

 

부러울 것 없네

가진 것 없어도

가난할 것 없네.

 

내장산 단풍

 

내일이면 헤어질 사람과

와서 보시오,

 

내일이면 잊혀질 사람과

함께 보시오,

 

왼 산이 통째로 살아서

가쁜 숨 몰아 쉬는 모습을.

 

다 못 타는 이 여자의

슬픔을 …….

어때요 쉽지요 좋은 시란 이런 겁니다. 그런데 무슨 암호 문자처럼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글자는 우리 글자인데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시가 있어요. 한두 번 읽어봐도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 시는 덮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쉬운 시를 쓰기가 더 어렵거든요. 지금 읽은 이 시들이 쉽게 읽히지만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 시가 아니잖아요. 동천지감귀신(動天地感鬼神)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비로소 시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마음의 소리' '자연이나 인간의 삶에서 얻은 감동을 짧게 나타낸 글' '사람의 마음을 울려 놓거나, 놀라움을 주거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거나, 높은 곳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끌어올려 놓는 짧은 글' '참 그렇구나! ! 하고 느끼는 것'

시란 무엇인가를 쉽게 풀면,

 

시란 읽는 이들이 볼 때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는 것

자유롭게 살아가는 마음을 보여 주는 것

우리의 마 음을 깨끗하게 해주거나,

높은 곳으로 끌어 올려 주는 것

참된 것을 찾아낸 것

희망울 주는 것, 또 쓰는 사람 쪽에서 보면 새로움의 발견

, 아름답구나. 참 그렇지, 하고 깨달을 것

참다 참다 참을 수 없는 말을 토해내는 것이라 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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