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통
창밖에 은행잎이 비 바람에
흩날리고 있을 때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
수화기 너머 들려 온 소리가
오래된 기억 속 페이지를
바스락 거리며 펼쳐지고 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낮고 조용한 목소리
수십 년을 건너와
어느 허수름한 빵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또렷한 눈빛 차분한 말투
화려하거나 관심 끌지 않았지만
곁에 있으면 편했던 그런 사람
잊고 지낸지 수십년
그녀는 전화기 너머에서
조용히 웃으며 다가 왔다
"문득 생각이 나서
한번 만나고 싶었어요"
해 저무는 12월 마지막 날
우리는 한적한 찻집에서
단 둘이 만났다
세월은 우리를 비켜가지 않았고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도
흰빛이 내려 앉아 있고
내 얼굴에도 시간의
흔적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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