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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용

옥상에서 외 2편 / 윤석용

작성자정희경|작성시간26.06.21|조회수6 목록 댓글 0

옥상에서 외 2

 

윤석용

 

끊어진 빨랫줄에 엄마가 서 계신다

칠팔월 불볕더위 끄떡없이 견디더니

다 삭은 무릎 관절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악어 입술 집게 하나 빨랫줄 물고 있다

새하얀 홑이불도 바람 앞엔 속수무책

고단한 울 아버지도 괜찮다고 웃으신다

 

뭇별들 속삭임에 살포시 내린 이슬

오선지 남던 날들 달려오는 솔바람

곱디곤 등불 하나가 내 안부를 묻는다

 

 

 

나침반

 

눈빛에 이끌려서 이곳으로 자리했네

 

북쪽만 바라보던 인연이 흔들리고

 

바람은 무거운 발걸음 낯선 곳을 향한다

 

수많은 이야기가 녹음되어 재생되고

 

구겨진 하루하루 발끝에 매달린 채

 

숨 가삐 달려온 시간 조금씩 밀어낸다

 

 

용돈과 기부사이

-어느 중학생의 3만 원짜리 콩 한 봉지*

 

도로를 끓이던 오후가 지워졌다

땡볕을 깔고 앉아 채소 파는 백 세 할매

새까만 비닐봉지에 기다림이 담긴다

 

하굣길 중학생이 가던 길을 멈춘다

감춰둔 비밀 용돈 할머니께 드리자

강낭콩 먼저 뛰어가 가던 길을 세운다

 

 

*한국일보 2025716일자 기사

 

 

윤석용 신인상 심사평

 

올 하반기 신인상 당선자로 윤석용 님을 선정한다. 응모작품 전편을 통해 시조시인으로서의 소양이 잘 갖추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작품 곳곳에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장착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더 깊은 성취를 위해선 끝없는 적공이 따라야 할 것이다. <옥상에서>, <나침반>, <용돈과기부 사이> 세 편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옥상에서>는 첫수 초장 전구의 끊어진 빨랫줄을 내세워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지만 둘째 수 초장 후구의 빨랫줄 물고 있다라는 전언으로 지난날과 단절된 것 또한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옥상은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시인들에게는 잃어버린 공간이다. 어린 시절 옥상에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인이라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옥상에서 바라본 별, 저 멀리 반짝거리던 등불이 떠오르며 순수했던 시절로 잠시 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어찌 사느냐며 안부를 물어 온다.

<나침반>은 지구의 자성에 반응하는 자침으로 방향을 파악하는 장치이다. 먼 길을 갈 때 길잡이가 되어 주는 나침반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하나의 은유로 등장한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듯 뭔가 마음이 가는 곳, 발길을 끌어당기는 마음속의 나침반도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선 첫수 맨 첫음절인 눈빛이 나침반 역할로 화자를 이끌고 왔으나 인생의 여정에는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북쪽만 바라보던 인연바람이 작용하여 발걸음 낯선 곳을 향하게 한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원숙해진 화자는 숨 가삐 달려온 시간 조금씩 밀어내는 연륜을 쌓아가는 것이다.

<용돈과 기부 사이>는 신문 기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수로서 나름 완성도를 갖추었지만,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을 전한다. 두 수가 너무 압축되어 서정이 들어설 여지 없이 팽팽한 문맥이다. 날짜를 보니 최근의 기사라 시적 형상화에 서두른 감이 있어 보이는데 세수 정도로 잘 구성하면 감동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 당선을 축하드리며 시인으로서의 큰 발전을 빈다.

-심사위원: 이 광(), 김 정, 최성아, 하정철

 

 

-부산시조2025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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