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녁 외 2편
이성숙
초점은 자녀 끝에 십 점만 겨냥하고
표적은 답답하여 등 돌려 눈물짓고
프레임 정해놓고서 부모라고 강요하네
시선만 돌리면 볼 수 있는 고래 세상
쉼 없는 고민 흔적 툭 터진 공감바라기
사춘기 자동 업데이트 기다림이 먼저다
무관용의 원칙
사소한 실수 하나 바람처럼 떠오른다
남에겐 웃음 짓고 너에겐 칼날 시선
단호한 나만의 잣대 울음을 쏟고 싶다
너라서 욕심내고 너라서 실망했을까
다저녁 직장에서 집 돌아와 몸 씻던
거울 속 나를 보면서 침묵 하나 삼킨다
낙화
작은 손 웃는 얼굴 학교가 다 놀이터
병든 줄 모르고 서로 믿고 따르다가
숨어든 칼바람 속에 봉우리는 떨어진다
한 줄기 햇살 안고 하늘로 향하는 너
아이를 품은 세상 우리 모두 부모 되고
스스로 꽃잎 피울 때 함박웃음 퍼진다
심사평
발상의 참신성과 일탈의 시조미학
《시조시학》 2025년 여름호의 신인상으로는 곽화준, 이성숙, 윤태진, 정해자 시인이 선정되었다. 네 분의 시인들은 시조의 율격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으며, 명증한 시적 이미저리와 개성적인 언어의 활용을 보여주고 있어서 시조 시인으로서 앞으로 시조단을 이끌어갈 개성적인 신인으로 판단되었다. 시조의 보법을 유지하면서 시상을 이끌어가는 안정적인 전개, 그리고 이미지와 메시지를 구축하는 솜씨가 그동안 갈고닦았을 숙련된 과정을 시사해주고 있어서 앞으로 시조 창작이 튼실한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하지만 네 시인 모두 시적 제재를 다루는 과정에서 예측 가능하고 상식적인 접근과 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아서 신인으로서의 패기와 도전 의식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었다. 시적 대상의 선정도 선정이지만, 선정된 제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기존의 상식과 관습에서 벗어나 대상의 새로운 면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기존의 선입견과 배경지식을 모두 무화하고 대상을 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는 현상학적 환원의 정신이 필요할 것이다.
-중략
이성숙 시인은 「과녁」, 「무관용의 원칙」, 「낙화」 등의 작품에서 시행착오로 점철된 삶의 과정을 돌아보면서 반성과 성찰을 통해서 새로운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시적 태도를 보여준다. 솔직하게 자신의 과오를 노출하는 용기라든가 꾸밈없이 순수한 태도로 시상을 전개해 가는 과정이 돋보인다. 특히 “”하지만 역시 「과녁」에서 “프레임 정해놓고서 부모라고 강요하네”라든가 「무관용의 원칙」에서 “남에겐 웃음 짓고 너에겐 칼날 시선”이라든가 “너라서 욕심내고 너라서 실망했을까”라는 표현들은 너무 직설적이고 단순해서 함축적인 시조의 풍미가 살아나지 않는다. 발상의 전환과 내포적인 이미지의 구축이 필요하다.
-중략
이번에 새롭게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네 분의 시인들은 모두 시조의 율격에서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친 흔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조의 보법을 내면화한 자연스러움을 체현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시조는 좀더 젊어질 필요가 있으며, 도전과 모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이 필요하며, 시적 대상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처음 보는 것처럼 대상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심사위원: 이지엽 박현덕 황치복
-2025년 《시조시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