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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흐트러진 퍼즐 외 2편 / 이지현

작성자정희경|작성시간26.06.21|조회수11 목록 댓글 0

흐트러진 퍼즐 외 2

 

이 지 현

 

 

문 닫힌 가게 앞에 눈길이 또 멈춘다

끌려온 낡은 바람 더미로 쌓여있다

온기가 존재했었나 비껴가는 햇살들

 

귀퉁이 찢어진 채 애처로운 전단지

세월이 달아난 ᅟᅵᆷ대글자 속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빈 점포의 자음들

 

 

 

분수

 

 

삭혀진 젓갈처럼 온몸이 짭짤하다

태양에 피어나는 차가운 꽃 한 송이

달궈진 아스팔트가 긴 긴 숨을 내쉰다

 

물줄기 퍼져나가 구석구석 머물면

날개를 쭉 펼치고 조각조각 그려 낸다

솟아서 흩뿌려지는 꽃잎들의 그 절정

 

꽃술은 남아서 또 가슴을 식힌다

넘기는 페이지가 프리즘에 투과되면

일상의 그리움 한 켠 살아 나갈 힘이다

 

 

 

우담발라

 

 

카메라 확대경에 맞춰보는 숨은 그림

 

누군가 손가락 하나 하염없이 바라본다

 

삼천 년 신비로움이 사람들 물결이다

 

찾는 것이 꽃일까 담겨 있는 언어일까

 

시간을 줄기 삼아 푸른 하늘 배경으로

 

소원이 숨결에 핀다 긴 고요가 머문다

 

<심사평>

부산시조59호 신인상에 이지현 님의 흐트러진 퍼즐」 「분수」 「우담발라를 당선작으로 올린다.

세 작품 모두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나 사물을 소재로 삼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그 나물에 색다르게 맛있는 밥을 지었다. 색다르게 짓기 위한 시인의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 시적 표현 능력이 돋보인다.

흐트러진 퍼즐에서 낡은 바람” “비껴가는 햇살” “찢어진~전단지” “달아난~글자는 운영을 접은 빈 가게의 스산함과 공허함을 극대화한 표현으로 시인의 다양한 시어 선택과 적절하게 배치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현실감 있는 구체적인 표현들이 독자들의 공감도 불러일으킨다. 첫째 수 초장 “~~”가 갖는 의미도 각별하다. 그냥 지나쳐도 되는 공실인 가게가 계속 눈에 띄어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다.

분수는 솟구쳐 오르는 물방울 집합체를 꽃으로 형상화하여 독자들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 놓는다. 그러나 단순히 꽃 이미지에 가두지 않고 분수의 순환됨을 꽃의 생애 주기에 비유하여 절묘하게 표현하였다. 첫째 수에 피어난 차가운 꽃 한 송이가 둘째 수에서 흩뿌려지는 꽃잎들의 그 절정이 되었다가 마지막 수에서 꽃술은 남아서다시 새 꽃을 피워 올린다. 끊임없이 순환되는 이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다음을 기약하며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담발라는 우담발라꽃이 풀잠자리알이라는 과학적인 사실을 넘어 시인의 상상력을 매개로 삼천 년에 한 번 핀다는 신비한 꽃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은 달에 대한 과학적인 내용을 알면서도 달에서 방아 찧는 옥토끼가 어디 있냐고 성토하지 않는다. 그냥 두 손 모아 간절하게 소원을 빌기도 한다. 우담발라꽃을 대하는 시인도 그러하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꽃을 보려고 모여드는 인파들이지만 희망을 소원하는 경건한 분위기를 포착하여 잘 표현하였다.

이지현 님의 작품은 난해하지 않고 읽을수록 가슴속 울림이 깊고 오래간다. 이는 시조 창작을 위한 시인의 부단한 노력을 보여준다. 시조시인으로서의 능력이 돋보이는 이지현 님의 신인상 수상을 축하하며 앞날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공란영, 민달, 조미영(), 최성아

 

-부산시조2026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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