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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 경남 소설가 협회

작성자지당김현우|작성시간22.11.28|조회수91 목록 댓글 1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

짧은 소설

곽성근 외 지음

😶 17인의 소설가짧은 소설로 뛰어들다!

소설가 17인이 구축하는 짧고 강렬한 삶의 단면들. 짧은 소설집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는 일상의 단면을 잘라내 삶의 내부를 전시하고 관찰하는 소설부터 묵직하고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소설까지 다양한 소설이 포진되어 있다. 콩트, 엽편소설, 스마트소설, 짧은 소설 등 사용되는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간결하고 후루룩 읽을 수 있어 독자들이 쉽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는 단편과 장편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형식인 짧은 소설의 특징을 살려 새로운 서사를 시도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페이지터너로 기능하는 소설을 출간하여 독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짧다고 해서 그 깊이가 옅은 것은 아니다. 표제작인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관계를 이어나가지만 자기 내부의 진정한 고민과 속내는 마네킹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을 보여주며, 인간 근원의 상실감과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소설집에 수록된 짧은 소설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때로는 강렬한 반전을 남기며 돌아서고 때로는 여운을 흩뿌리며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 전체를 아우르는 일상의 한 순간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되어 급한 걸음으로 돌아와 이층계단을 중간쯤 오르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뒤돌아서 계단을 내려가 장독대에 앉아 김치를 버무리고 있는 아줌마 앞으로 다가섰다. 검은 봉지에서 탐스러운 사과 세 개를 꺼냈다.
“사과가 먹음직스럽고 때깔도 좋지요?”
-「사과하기 좋은 날」 중에서

지난하게 흘러가는 하루. 매일 똑같은 하루 속에서 사소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건들. 소설 속 인물들은 사건으로 인한 뭉근한 상처를 품속에 안고 감내하며 살아가거나(「장독」), 기회를 엿보며 기다리기도 하고(「소심한 복수」), 어렵게 건넨 사과 한 알로 날려 보내기도 한다(「사과하기 좋은 날」). 또한, 강력한 한방으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순간들을 포착하기도 한다(「황소바람이 분다」, 「벽련항 횟집」). 인물이 지닌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소설들은 그들의 현재를 붙잡고 과거와 미래까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이렇듯 각 소설은 일상 속 한 순간을 포착하여 집중시키지만, 그 속에 삶의 얼개를 함축적으로 심어놓아 전체 삶을 포괄한다.

 

😶 도전의 장벽을 낮추는 과감한 시도

이번 소설집에서는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설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동·식물 등 인간이 아닌 생물의 시점에서 인간주의적인 시선을 전복하기도 하고(「짖어야 개지」, 「지구촌」),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고 대본의 형식을 취하며 서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한다(「흑형이 무대를 떠나며」). 또한 전래동화의 한 장면을 현대식으로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옛이야기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제공하기도 한다(「날개옷」). 이러한 시도가 가능한 것은 짧은 소설이 그 길이의 간결함에 기대어, 도전이라는 장벽을 낮추게 만들고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소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양식의 소설이 아니다. 우리가 쉽고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함축적으로 서사를 포괄하는 짧은 소설이 그 간결한 분량 이상의 감동으로 독자를 찾아간다.

 

 

책 속으로

“재클린, 넌 참 우아했어. 네가 입고 팔아치운 원피스와 정장 덕분에 먹고 살았어. 넌 정말 멋진 년이었어. 내가 입고 싶은 패션을 너는 모두 다 입어줬잖아. 그것만 했니? 너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해냈어. 그래서 고마워. 내가 너였다면 잘생긴 남자 한 트럭 정도는 연애했을 텐데. 그게 늘 아쉽지만”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

그녀 이름은 미순, 올해로 예순이 되었다. 열세 평짜리 투룸은 그녀가 가장 호사를 부린 더블침대 때문에 꽉 차 보인다. 살림살이는 거의 없다. 편의점에 가면 없는 것이 없으니까 불편하지 않다. 가끔 된장국이 먹고 싶거나 굵은 소금 뿌려 구운 갈치토막이 먹고 싶으면 옹색하게 한 짝 놓인 싱크대에 서서 조리해 먹는다.

                                                 -「그녀의 이름은 미순」

김 과장은 요즘 무슨 일이든 딸 미주와 연결해 이야기한다. 팔불출에 푼수, 모지리라는 비난이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출근하면서 미주, 날씨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미주, 밥 먹으면서도 미주, 눈만 마주쳤다 하면 상대가 누구든 미주 이야기를 꺼낸다. 미주는 걸그룹 멤버로 한 달 전에 데뷔했다. 팀 이름은 ‘바이올렛핑크’, 전체 멤버가 열한 명이다.

                                               -「황소바람이 분다」

차례

흑형(黑兄)이 무대를 떠나며_곽성근

날개옷_김미애

짖어야 개지_김현우

지구촌_문갑연

마네킹이 필요하다고요?_박영희

바람의 여자_박주원

선미의 진심_서경숙

화장실 이바구_예시원

푸른 그늘_이경미

사과하기 좋은 날_이채운

선거 뒤에 오는 것_임종욱

소심한 복수_전미숙

그녀의 이름은 미순_조화진

모호한_최미래

황소바람이 분다_하아무

벽련항 횟집_홍혜문

장독_황보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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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창녕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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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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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무영 | 작성시간 22.12.31 인간이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오안벽하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하여 세상에 내놓은 경남소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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