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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 신간 소개

[소설]이진숙 소설집 『1989 목포』

작성자석화|작성시간21.12.08|조회수110 목록 댓글 3

 

  

생의 어두운 단면 직시하며 탄탄한 문장력 선보인 이진숙의 『1989 목포』  


창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8년 『경남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후 2015년 출간한 첫 소설집 『카론의 배를 타고』로 2016년 진주형평지역문학상을 수상했던 이진숙 작가가 소설집 『1989 목포』를 출간했다.
이진숙 소설은 우리 생의 어두운 단면들을 차갑게 직시하며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탄탄한 문장력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소설집 『1989 목포』에 실린 9편의 단편소설은 이진숙 작가의 고향과 그곳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표제작 「1989 목포」는, 섬에서 갓 올라온 열일곱 살 ‘나’와 ‘희주’ 이야기다. 엄마들끼리 의자매라는 이유로 둘은 목포 유달산 자락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성격과 취향이 너무나 다른 둘은 자기만의 방법으로 악착같이 살아내려 몸부림치지만 서로 사는 길이 달라 소식이 끊겼다. 30여 년이 지나 갑자기 들려온 ‘희주’의 부고에 소설가가 된 ‘나’는 뒤늦은 사과를 하러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나는 그녀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았다. 술잔을 든 손이 바르르 떨렸다. 술잔을 올리다가 마침내 무너지고 말았다. 꾹꾹 참아온 울음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둘이 헌책방에 참고서를 찾으러 갔던 밤이 떠올랐다. 그날 밤 희주는 운동장에 끌려간 나를 구하고 정작 자신은 그들에게 붙잡혔다. ‘쟤는 보내줘라.’ 나를 잡으러 뒤쫓는 시커먼 녀석들에게 희주가 소리치는 걸 분명히 들었다. ‘미안해 희주야! 용서해줘.’ 아무리 울부짖어도 너무 늦어버린 사죄였다. 한참 울다가 돌아보니 앳된 상주가 영문을 모른 채 섧게 섧게 따라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들썩이는 어깨를 어루만져주었다. 나는 빈소를 나오면서 준비해간 내 책을 국화더미에 가만히 얹어놓고 나왔다. ‘희주가 너 만나면 직접 사인 받겠다고 엄청 들떴었는데….’ 낮에 동창회장 K가 전한 말이 명치에 걸려 있어 차에서 내릴 때 들고 온 거였다”는 마지막 장면에 깊은 회한을 지나 감동을 선사한다. 
5월 광주의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친척 장례식에서 공수부대원을 만나 그날의 상처를 소환하는 「봄날의 파편」은 아무 죄도 없는 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그들 또한 역사의 피해자일 수 있음을 상기하며 ‘화해와 용서’에 대한 여지를 보여주며, 오늘날 타인의 아픔에 너무나 무감각해진 우리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한 어부의 그물에 도자기가 걸려 올라오면서 칠백 년 전 검생이 앞바다에 침몰했던 중국 무역선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던 사건의 후일담 격인 작품이 「청어바다」이다. 오랫동안 이어진 발굴작업으로 섬사람들은 생활고와 가정해체, 이웃 간 갈등 등 많은 고통을 당했다. 도자기 발굴이 모두 끝난 어느 날 또다시 주인공 ‘용배’의 그물에 도자기 한 점이 올라오고 용배는 고향친구인 ‘황’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밀매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고요했던 섬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이복형제들에게 속아 땅을 팔고 고향을 떠난 순수하고 마음 따뜻했던 무뇽이아재와의 추억을 그린 「무뇽이아재」, 밤하늘의 별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오빠는 일찍 외항선을 탔으나 무참한 선상폭력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가장의 역할은 주인공 ‘나’에게 옮겨지며 작고 희미한 꿈들은 하나둘 빛을 잃어간다는 「창백하고 푸른 별 하나가」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이진숙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오래 묵혀서 먼지 수북한 작품을 다듬고 또 어떤 건 새로 쓰고 하다보니 죄다 내 얘기 같다. 세 번째 소설집 『1989 목포』를 묶으면서 아직도 내 속에서 마저 퍼올리지 못한 응어리들이 남아 있구나 했다. 작품 속에서 날 닮은 이들을 만나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어쩌다 만나진 사람들, 부대끼며 웃고 울던 일들, 죽을 때까지 꺼내고 싶지 않던 상처와 까맣게 잊힌 정겨운 눈빛들이 새록새록 돋아나 모니터 화면에 커서로 반짝여주었다. 그렇게 완성한 아홉 편의 이야기를 내놓는다”며 “이것들이 나에게 다시금 힘을 내어 또 다른 작품을 쓰게 하는 마중물이 돼주리라 기대도 해본다”라고 밝혔다.

 


이진숙
신안 증도에서 태어났다. 창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경남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2014 ‘내 생애 첫 작가수업’으로 산청도서관에 출강했다. 첫 소설집 『카론의 배를 타고』를 펴냈고 2016년 진주형평지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700년 전 약속』과 산문집 『무화과꽃』을 출간했다.

 

 

- 책소개글은 출판사(도서출판 북인)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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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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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무영 | 작성시간 21.12.09 경남문단이 배출한 소설가라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남도문학의 선상에서 신선한 바람 일으키길 기원해 봅니다.
    발간 축하드립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09 축하와 응원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이소정(시) | 작성시간 21.12.17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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