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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가정학공부1

가족주의에 대한 토론 입니다.

작성시간13.06.30|조회수74 목록 댓글 0
주제토론]21세기 가정의 패러다임<4>가족주의 폐단 보완
''개인-가정의 조화'' 새 문화 만들어야

◇ 최연실 교수(오른쪽)와 성미애 교수는 “가족주의로는 복잡다단한 가정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한다. 이종렬기자

 

한국 가족은 변화하고 있다. 변화가 있는 시점에는 언제나 불안이 뒤따른다. 이러한 불안감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과거 농경사회에서 가정을 지탱해 온 힘이었던 가족주의를 떠올릴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가족은 개인보다 가족을 우위에 두면서 그러한 충성심을 가족이나 더 나아가 출생지, 본적지, 씨족집단, 출신학교 등 여러가지 집단에 두어왔고, 또 이러한 가족주의가 역사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생존의 힘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족주의의 폐해가 도처에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전통가족의 근간에는 여성의 희생이 담보돼 있기에 오늘날에는 가족주의가 가족내 남녀간·세대간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 위기’나 ‘가족 해체’가 하나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 가족주의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 요청된다. 상명대 최연실 교수와 방송대 성미애 교수의 대담을 통해 우리 가족의 현실과 가족주의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최연실 교수=한국은 동북아시아에서 가족주의가 가장 발달된 나라로 조사 결과 밝혀졌는데, 서양인들은 노인들이 효도 받는 한국의 가족 중심 생활문화를 부러워하는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서양 일각에서는 전통적 가족주의가 산업발전에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일본의 경우 가족주의는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돼 경영주는 가장으로, 노동자는 가족으로 끈끈한 인간관계가 엮어져 단합과 희생이 강조되면서 기업이 성장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복지국가들의 비판도 적지 않아서 겉으로는 부모를 봉양하는 것 같아도 실제는 내부적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음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공적 책임의 상당부분을 개인과 가정에 떠넘기는 배경에도 가족주의가 보이죠.

▲성미애 교수=일부 국가에서는 가족주의가 산업발달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하나의 이데올로기였다고 봅니다. 특히 지금처럼 신자유주의 경영체제에서는 결국 가족주의를 운운하던 기업도 근로자를 버리지 않았습니까? 또 가족주의는 연고주의와 지역감정을 몰고 와 사회불안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사를 해보았더니 농촌에서는 아직도 가족주의를 지지하고 있고, 도시는 반대하고 있는데, 그 내부에서도 차이를 보여 세대별·남녀별로 차이가 났습니다. 즉, 주로 노인층과 남성은 가족주의를 지지하는 반면, 젊은 세대와 여성들은 가족주의를 반대했습니다. 특히 60대 이상의 남녀는 가족주의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는 데 비해 20대 여성은 모든 가치관 조사에서도 가장 근대적인 성향을 보이니 이들이 고부간으로 만나고 있는 요즘 가족간 갈등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고, 결국 이런 가치관의 갈등이 이혼으로 연결되는 측면도 큰 거죠.

▲최 교수=가족주의로 인해 누적돼 왔던 갈등이 계속 불거져 나오는 측면이죠.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중국·일본 3국의 가족주의 연구가 진행됐는데, 가장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중국은 아무래도 사회주의를 경험해서 평등주의가 강했고, 일본은 개인주의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한국은 보수·진보의 이중적 갈등구조 속에서 가족주의가 주도권의 방편으로 이어져 나온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성 교수=그렇죠. 이런 이중적 갈등 구조에서 여성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죠.

▲최 교수=한달전 한 광고회사에서 의식조사를 했는데, 45∼60세 연령층이 ‘와인(WINE: Well Integration New Elder·잘 통합된 새로운 장년층) 세대’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처음으로 가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신선한 어른이 등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와인세대는 개인주의를 포용하면서도 가정을 중시한다는 입장인데, 성 역할 발달과정을 보아서도 중년기 이후는 가정의 조화가 극대화되는 시점입니다. 남성은 은퇴후 가정에 들어오면서 위축되는 반면, 여성은 권위가 절정에 달합니다. 이때 여성들은 자녀들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 가정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이것은 가정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해온 결과 빚어진 양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성 교수=결혼하고 바로 느낀 것은 결혼생활이 정말 남성 위주로 돼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에 이기적인 남편까지 만난다면 결혼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되는 거죠. 제도의 기득권자가 기득권을 포기해야 개혁이 이루어지듯이 가족주의는 남성부터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가족주의의 이면에는 ‘굿 프로바이더 롤(good provider role·훌륭한 부양자 역할)’이라는 멍에가 남성에게 놓여 있지 않습니까.

▲최 교수=그렇죠. 가족주의는 중·장년층과 젊은층이 확연히 다른데, 서로 자기 주장이 강하면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균형을 갖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들어야 할 것입니다. 가족주의의 폐단은 인정하지 않은 채 전통적 가족주의 가치를 계속 주장하면 현실에 적응해 살기 어렵습니다. 개인의 권익이 최대한 존중되고, 가정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방향을 모색한다면 얼마든지 합일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성 교수=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최 선생님과 입장을 같이 합니다. 지금은 가족의 개념조차 일치하지 않는 시점입니다. 시부모는 아들, 며느리까지 다 포함하는 확대가족을 머리에 두고 있고, 남편 역시 시부모, 자신의 형제도 다 포함하고 있지만 아마 대부분의 며느리들은 자신과 남편, 자녀 이렇게 핵가족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전혀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던 여러가지 개념에서도 이렇게 차이를 보이니 정말 대화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봅니다. 이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또 서로의 역할로만 상대방을 보지말고 인격체로 봐야 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사실 ‘우리 집’ 문제가 절대 우리 집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모두가 다 겪는 문제이죠.

▲최 교수=이 문제를 교육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젊은 층은 학교 등 공공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은 반면 노인세대는 마땅한 교육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이미 생각이 고착돼 교육효과도 더디게 나타나고…. 노인대학에서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합니다. 언론에서도 가족문제에 대한 기획 프로를 많이 만들어 상호 이해의 장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네요.

▲성 교수=저도 동감입니다. 인간은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학생’이듯이 지식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추세를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정성수기자/hulk@segye.com

가족주의 폐해사례와 대안

남성중시 풍토가 초래하는 고부·부부간 갈등이 주류

가족주의란 여성이 남성에게 예속되고, 부부관계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중요시되며, 개인보다 집안을 우선하는 ‘가부장적 가족’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가족주의는 형이상학적 개념과는 달리 일상생활에서 적잖은 갈등을 낳는다. ‘새로운 주부 문화를 선도하는 21세기 주부문화연구소(www.jubu21.or.kr)’에는 주부들로부터 다양한 상담이 들어오는데, 가족주의로 인한 고부간·부부간 갈등이 주종을 이룬다.

#사례 1=김성희(가명·27)씨는 4살과 3살된 아이가 있는 전업주부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결혼한 지 5년이 되었는데 주말이면 남편 형제와 사촌들이 집에 몰려 와 진을 치고 사는 문제로 시어머니나 남편과 심한 갈등을 겪는다. 막내 시누 내외는 사흘이 멀다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 오고, 남편의 사촌 형제 4명은 모두 같은 동네에 사는데, 한달에 두 번씩 김씨 집에 찾아와 주말 이틀동안을 보내고 가니 휴일이 돌아오는 게 끔찍하다.

시어머니는 툭하면 남 앞에서 김씨에게 핀잔을 준다. “보고 배우는 게 있어야지. 누가 오면 인상 찌푸리고, 그러면 누가 가겠느냐”는 식이다. 이 일로 신경정신과를 다녀온 적도 있다. 지난 토요일도 사촌들이 집에 오는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하다 남편이 “니가 이집 왕이냐, 너 정말 왜 그래. 그럴꺼면 애들 데리고 친정으로 가버려”하면서 발로 두꺼운 현관문을 걷어차고 나가 버린 것이다. 김씨는 오랫동안 멍했다. 주말에 가족과 오붓한 생활을 갖고 싶은데, 무엇이 잘못일까.

#사례 2=박희순(가명·30)씨는 3년전 결혼한 직장여성이다. 가난한 집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큰아들과 연애 끝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시댁에 방이 없어 전세를 얻어 분가를 했고, 결혼후 맞벌이를 통해 지금 작은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며 중도금을 붓고 있다. 이 와중에도 매월 시댁에 생활비를 보내주고, 제대한 시동생 대학 등록금을 적금을 찾아 대주기도 했다. 지난 2월 취직한 시동생은 내년 가을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마치 ‘형이 모든 걸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눈빛이다.

물론 시동생은 남편에겐 금쪽같은 동생이다. 박씨 혼자 너무 “돈, 돈”하는 것은 아닌지 괴로울 때도 있다. 시동생이 전세금이라도 벌어서 2∼3년 더 있다 결혼하게 하면 될 터인데 시어머니는 내년 가을에 꼭 결혼을 시키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박씨는 혼자 애를 태운다. 아무리 장남이라지만 남편은 물려받은 재산 한푼 없는데, 어떻게 가족 모두의 부양을 책임지라는 것인지, 정말 답답해 상담소에 문의했다.

전문가들은 답변에서 “우리 사회가 너나 없이 겪고 있는 문제이니 잘 참고 넘어가라”고 조언하지만, 가족주의 이행에 따른 여성들의 노동력, 뒤치다꺼리, 부양 책임 등이 너무 커 고민에 빠진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가족주의의 대안이 핵가족을 포함하는 신가족주의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것은 가족 이기주의로 흘러 결국 문중 전체를 생각하는 가족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동체 의식과 시민 의식 함양을 통해 가족주의의 폐해를 개선,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성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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