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동 기차역(Gare de Meudon)에서 베르사유 궁까지
Victor Bd 역에서 그렇게 불쾌한 일을 겪고, 할 수 없이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탔다.
그런데 문제는 당최 어디에서 내려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데이터 로밍 후 GPS를 계속 확인해보니, 베르사유에 가까워지는 듯 싶다가도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에서 따라 내렸는데, 그게 바로 이 기차역이었다.
A로 표기된 곳이 베르사유 궁인데, 한참 떨어져있다.
그 쉬운 Metro가 가닿지 않는 관광지니 이런 번잡한 일이 발생한다..
그동안 주워들은 '벌사히?'(versailles)를 뫼동 기차역 역무원에게 내뱉으니 이상한 곳을 안내한다.
베르사유란 철자는 같은데, 궁전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 현지인에겐 궁전보다 그곳이 더 익숙한가보다.
이걸 어째야 하나 막막히 있는데,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당찬 흑인 여아가 따라오라며 안내해주었다.
흑인 여아 무리들은 머리에서부터 하나같이 강한 개성을 내뿜고있었는데,
마침 자기들이 타는 버스와 동일하니 같은 것을 타면 된다고 알려준다.
이 아이들 덕분에 어떻게든 타기는 했으나,
어디에서 내리면 될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안되겠다 싶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버스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지하철 종점까지 가면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알려준다.
9호선 종점인 Pont de Sevres에서 내려 171번 버스를 한번에 베르사유 궁까지 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렇게 좋은 루트를 놔두고 여행책자는 왜 짜잉나게 RER C선을 안내했는지 원망까지 들었다.
지금이야 아니까 171번을 보며 흐뭇해하지만,
당시는 이것도 잘못된거 아닐까 싶어 타자마자 노선을 체크했다.
끄트머리에 베르샤유가 보인다.ㅠ 땡스갓
한참만에야 숨을 돌리며 밖을 바라보는데,
아주 오래전 다녀간 인종도 국적도 다른 남이 놀고먹던 곳을 한번 보겠다고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멍해진다.
밖을 보고 있자니 파리 여행와서 처음으로 '사람사는 모습'들을 보았다.
이전까지 내가 볼 수있었던 파리는 다소 공격적인 역무원들과 장사꾼들이 전부였는데,
관광 인파에서 멀어지니 사뭇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생활 양식을 체험하기를 바라며 떠난 관광 유적지에서 겪는 것은 그곳 특유의 분위기임을 다시한번 상기하게 된다.
그곳에서 건져오는 것은 후에 타인들이 공감해 줄 수 있는 화제 정도 뿐.
그 중 살아있는 배움은 수단에 대한 상식을 얻은 정도고, 죽은 유적지와 상기된 관광객들의 열기가 대부분이었다.
정작 현재 그 곳을 대변하거나 가늠하게 하는 것들은 별로 없지 않았나 싶다.
베르사유의 위치를 물었더니 베르사유 역을 알려준 좀 전 역무원이 떠오른다.
그녀에겐 베르사유궁보다 베르사유역이 훨씬 파리에 가까웠다.
슬금슬금 보이는 관광객 무리가 베르샤유궁이 가까워졌음을 말해준다.
베르사유(Versailles)
태양왕 루이14세의 동상이 광장 입구에 세워져있고, 그 뒤로 널찍하게 건물들이 펼쳐져 있다.
여기도 열정적인 흑인 장사치들이 대거 포진해있는데,
누구한테 배웠는지 '밥뭇나' 같은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호갱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베르사유 오는 동안 한참을 삽질했더니,
시간은 오후5시가 훌쩍넘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돌아가는 길이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가기조차 아까워 우연히 만난 한인들의 카메라 속 사진으로 내부 관광을 대신했다.
구글 스트리트뷰로 베르사유 궁 내부를 일부 둘러볼 수도 있어 그닥 아깝지 않다.
티켓을 내고 들어가는 곳인데 여유있게 노닥거리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훈훈하다.
현장에서 티켓사는 곳은 왼쪽 건물 작은 입구로 들어가면 있다.
베르사유 정원
베르사유 정원 초입이다. 티케팅을 하지않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정원만 관람하는 비용도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구글은 이곳 정원의 일부 관람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전 구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참 걸려 방문한 베르사유지만 이걸로 관광 끝...돌아갈 땐 같은 방식으로 171번타고 가면 된다.
사실 우리는 궁 근처만 어슬렁거린 셈인데 지도로 보면 고작 붉은 영역안에서 노닥거린 셈이다.
그 뒤로 넓게 펼쳐진 녹지 '베르사유 정원' 정도는 둘러봐야 진정한 휴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휴식일까 싶기도 한 크기다)
우리는 붉은 영역만 깔짝 걸었는데도 굳이 걷고 싶지 않았다...
파리 마지막 일정을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