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예술 작품에 파묻혀있었으니 좋았을법도 하지만 3시간동안 과도한 시각 자극에 노출되있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었다.
지상으로 올라와 바깥바람을 쐬면서 오르세박물관에 가기로 한 다음일정을 날려버리는 건 어떨지 잠시 고민했다..
기본 2시간은 짱박혀있어야 할텐데..
아무튼 이런 답답함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닌가보다.
여러 나라에서 방문한 관광객들이 저마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긴다.
한숨을 돌리기 위해 걷다가 간편하게 점심을 때울만한 곳을 찾았다.
HAND 레스토랑을 촬영하고 있는 이 곳이다.
르브르 근처 어느 케밥집
대충 들어왔는데 꽤 선택권이 많다.
이런거에서부터
이런 파이류까지
이것저것 넣고 데워주시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케밥을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이런 조각들이 있다. 여행에선 기다림이 그냥 기다림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좋다.
나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동료가 창문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고 감탄한다.
이런 동물 광고가 우리나라에서 시도됐으면 씨알이 먹혔겠느냐고.
오히려 자연과 음료를 연결시켜 브랜딩에 기여한 바가 더 크지 않을까하는 말은 물론 입밖에 내지 않는다.
기록한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는 VJ
뷰렌의 기둥있는 곳으로 가 점심을 먹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기둥에 앉아먹거나 공원한쪽 구석에서 먹는 것을 어제 봐두었기 때문이다.
막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길에서 음악이 들린다.
열려있는 첼로 가방에 그들의 음반도 놓여있었던 것 같다.
첫 인상으로는 곱슬머리 남자와 중앙의 첼로 여자분이 눈에 들어오는데, 뭔가 전체적인 조합이(시각적) 좋아보인다.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
앙증맞은 생명체가 두마리 뱀을 가지고 놀고 있는 이곳은 오르세미술관이다.
분명 큰 규모의 미술관이지만 르브르에 비교하자면 딱 적당한 크기이다.
정말 욕심부리면 샅샅이 볼 수 있고(르브르는 힘들다),
대충 보면 유명한 것들은 훑을 수 있다.
전날 뮤지엄패스를 구매했으므로 별도 입장료는 들지 않았다.
큰 중앙 복도를 중심으로 양 옆에 2층 정도 규모로 작품들이 비치되어 있다.
대체로 중앙에는 조각, 양 옆에는 그림이 있는데,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 1층에는 가구 전시 공간도 있었던 것 같다.
작품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작품감상하기가 매우 좋다. 르브르에 비해 고요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고흐,고갱의 작품들이 우측에 한데 모여있고, 밀레,모네,마네,르누아르 등이 좌측에 한데 모여있었다.
고흐 작품 중 유명한 <해바라기> 같은 것은 없어 익숙한 그림이 적었는데,
고흐가 자살하기 얼마 전에 그린 최후의 작 <오베르 교회>는 있었다.
죽기 직전, 두 갈래의 길을 그렸다는 게 왠지 섬뜩하다. 이때부터 뭔가 준비했던것처럼.
한편, 알랭드보통씨가 <여행의기술>이란 여행책을 통해서
고흐의 <올리브나무>라는 나무 그림 하나로 풀어해친 감상이 문득 떠오른다.
그는 다른 화가들이 실제 현장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 것에 고흐가 콧방귀를 뀌며 선보인 '핵심 짚어내기'를 언급했다.
어차피 아무리 실제에 가깝게 표현하려 발악해봤자 실제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기에,
독자가 실제를 더 잘 느끼고 이해하게 하기 위해선 핵심을 강조해야한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고흐씨는 그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 하셨던 것 같다.
<올리브나무>
1889년 유화 캔버스에 유채 90 x 71 cm 크뢸러뮐러 미술관 소장
그런데 이 <올리브나무>에서 보이고 싶었던 점이라는 게 기억이 안난다.
바람에 멋들어지게 날리는 걸 표현하고 싶으셨나?...
본인의 의견을 더하자면 타인이 이해할 수 있게 강조하면 금상첨화겠다.
물론 당시 고흐씨에게 타인은 아시아 구석에 박힌 한 남아가 아니었겠지만.
아. 이 위의 <올리브나무>는 네덜란드에 있는 크뢸러밀러에 있다고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그림이 있다면 이런 것들이다.
마네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이 신사들은 당시에 알만한 사람들은 다아는 사람들이어서 작품이 공개되었을 때 큰 반향이 일었다 한다.
오늘날 우리 현실에 비유하자면 텐프로와 지식인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낮에 야외로 나가진 않겠지.
아주머니가 뚫어지게 쳐다봐 불쾌감을 안겨주는데, 작가도 그 자리에 있었을거란 추측을 낳게하는 대목이다.
아니면 그렇게 믿도록 만들고 싶었거나.
이건 마네의 또 다른 작품이다.
이 친구 갈 수록 마음에 든다.
르누아르 <갈레트 풍차에서의 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르누아르의 위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위 두 작품이 기억에 선명히 남는 배경엔 사전 예습을 해간 탓도 있지만, 현장에서도 꼼꼼히 본 탓이 클 것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사크레쾨르 성당 근처 몽마르트라 하는데, 이곳은 내일 우리가 방문할 곳이다.
잘보면 모든 여성들의 시선이 은근슬쩍 한 남자에게 꽂혀있는 것만 같다.
더욱이 그 남자는 뒤돌아서 있고, 우리는 그의 뒤통수밖에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남자는 당시의 유명인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단순히 잘생긴 사람이었다면 뒤통수만 그릴 이유가 있었을까.
앞의 두 여인의 눈빛은 노골적으로 그를 향해있지만, 그 외 뒤쪽 아가씨들은 깨알같이 틈틈이 보고있다. 부럽다.ㅋㅋ
아무튼 내 취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였다..
관람 후 기념촬영을 하는데 또 비가온다.
이렇게 파리여행은 비 덕분에 무리하지않고 빨리빨리 접을 수 있었다.
A로 표기된 곳이 오르세 미술관이고, Musée d'Orsay 역에서 제일 가깝다.
우린 어쩌다보니 Assemblee nationale역에서 걸어갔다.
르브르에서 걸어가도 그렇게 멀진 않다.
오르세미술관 끝!
정리해보면 뮤지엄패스 2일권을 총 4군데 사용했다.(르브르,오르세,오랑주리,개선문 옥상)
39유로에 4군데면 비용적으로는 비슷한데, 우리에겐 줄을 서지 않았다는 이득이 있었다.
그런데 르브르, 오르세만 볼거라면 현장에 가서 개별구매해도 괜찮지않나 싶다.(대충 각 10유로 내외)
파리에서는 몽마르뜨 언덕과 베르사유 궁을 방문하는 내일 일정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