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계획을 짜면서 파리에서는 이틀만 묶으려 생각했었다.
그러나 파리가 첫 유럽 방문 도시라 버벅거리며 날린 시간들, 박물관 관람 등에 생각보다 소요된 많은 시간들로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오늘 일정의 목표는 사크레쾨르 성당이 있는 몽마르뜨 언덕과 베르사유 궁 방문 정도로 여유있게 짰다. 오전, 오후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것같은 분에게 물어 '사크레쾨르' 성당이 있는 역을 확인했다.
역 이름은 까먹었는데, 역에서 나가면 바로 몽마르뜨 언덕이라 한다.(유럽 여행은 이래서 걸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제야 여유있게 역사진도 찍어본다.
개미굴만 같은 메트로 길목에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있는 광고들이 보인다.
소니의 스마트와치 광고를 왜 이리 촌스럽게 해놨을까 싶었는데 GROSMILL.COM이란 사이트 광고다.
189유로, 27만원이 좀 넘는 금액인데 국내 최저가와 비슷하다.
사크레쾨르가 있는 역 도착!
역에서 나가니까 한 오르막길로 유난히 붐비는 인파가 보이고, 그 위로 솟은 사크레쾨르가 보인다.
그리고 역 근처엔 작은 규모지만 독특한 노점상들이 눈길을 끈다.
왠지 집시스럽게 스탈리시한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만만한 품목들인 옷,지갑,악세서리,책 등이 주로보이는데,
쌩뚱맞게 놓여있는 카메라가 기억에 남는다.
그걸 보는순간 파리에서 도난당한 물건들이 이런 노점상들에게로 넘어오는 시스템이 잘 되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물열전 1]
몽마르뜨 언덕의 흑형 무리
유럽 여행 전, 모든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은 안전과 사기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주 타겟지는 로마였는데, 경험상 현재는 파리가 로마보다 더 심하다고 본다.
(로마에서는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단속이 강화된 것 아닐까)
아무튼 책자든, 블로그든, 주변 지인이든 다 동일한 조언을 하고 있고, 한국인들은 이런 소소한 정보 공유가 빨라 왠만해선 당하지 않을 것 같다.
입구로 등장하는 저 당당한 무리들. 길 건너는 지점에서부터 언덕 안 초입까지 진을 치고 있다.
수법은 매우 단순하고 뻔하다.
친근하게 케냐에서 왔다며 어거지로 말을 걸어댄다.
억지로 손목을 잡고 실 쪼가리를 걸어주고는 돈 달라고 하는 1차원적인 행태다.
언덕 위에서 장기간 관찰해본 결과, 한번 돈 준거에 만족하고 뒤돌아선 놈을 보지 못했다.
착해보이게 대응하면 계속 달라 할 거다. 사진을 찍어대니 친절하게 뻑큐도 해주시고.
아무튼 단호하게 무시함으로써 애초 말을 섞지 않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 새 착해보이는 한 동양인이 당했다.
걸려드는 것은 주로 여성, 연세 많은 관광객, 동양인이었던 것 같다. 한국인은 없었던 것 같지만.
서양인들은 깔끔하게 무시해주는데,
저 뒤에 한 친구 또 당했다.
프랑스 수도의 메인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이런 찌질한 행태를 당국은 왜 전혀 단속을 안하는지 모르겠다.
단속을 피해 매일 자리를 옮겨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런 사소한 경험이 여행 전체를 엄청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겐 사크레쾨르보다 신기한 광경인가보다.
[인물열전 2]
몽마르뜨 언덕의 야바위 무리
올라가는 길(이른 오전)에는 없었는데, 내려오는 점심 쯤 되니 한 무더기의 야바위 무리가 보였다.
거의 3m 걸러 한 그룹씩 하얀색 원형이 표기된 것을 맞추는 야바위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 전체가 모두 한 패거리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얼핏보면 일부는 게임에 참여한 관광객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바람잡이로 모두 한 패다.
한 신사가 좀 그럴듯해보여 가까이 가보니 눈알을 엄청 굴린다. ㅋㅋㅋㅋㅋ
영화 <도둑들>을 연상케하듯 저마다 개성있는 마스크와 복장을 하고 있어 더욱 튀는데, 이들이 그 유명한 집시 패거리일 것이다.
그런데 대체 속일 생각이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뭔가 허술하다.
지나가다 대충 불러 맞췄더니 150유로를 주겠다하고, 안받겠다하니 옆의 관광객 패거리가 그럼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한다.
150유로면 20만원이다. 만원 줘도 의심할 판에.. 이들 생각이 있는건가 싶다. ㅋㅋㅋㅋㅋㅋ
적당히 거리두고 관광객 연기자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큰 재미다.
[인물열전 3]
거리 공연자
기호1번, 창의적인 조각상.
일단 특이함으로 시선을 끌지만 너무 거져먹으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팬서비스도 하지만 관광객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기호2번, 하프 연주자
이건 좀 대박이었다.
하프 악기값이 워낙 비싸 국내에선 악기를 가지고만 있어도 명문대에 합격한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걸 길거리 연주로 들을 줄이야.
특히 오케스트라에 사용하는 그랜드 하프는 무게 자체도 38kg에 달하고 억 대를 호가하는 악기라
국내에선 부유한 집안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고있다.
평일엔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 연주하고 주말에 기분전환겸 관광지에 나와 연주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구경꾼들이 관광객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적지않은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음반을 구매했다.
나역시 그 순간을 기억하는 의미로 하나 사둘걸 나중에 후회했다.
기호3번, 판토마임 아저씨
보통 스탑 버튼을 눌러놓은듯 특정 동작으로 멈춰있다가
누군가가 동전을 투입하면 퍼포먼스를 시작하신다.
어떤 관광객의 투입과 동시에 시작된 퍼포먼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이 컨택이었다.
그 아이컨택은 내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뜨끔하고 자리를 떴다.
사크레쾨르 성당을 끼고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걷다보면 만날 수 있다.
기호4번, 꽃 아가씨
이상하게 연주자의 표정도 어두워보인다.
이 자그마한 관광지 도처에 벌써 4명의 스트릿 퍼포먼서를 만나 보았다.
실을 꿰는 흑형들과 야바위하는 집시들의 행태도 퍼포먼스로 분류한다면 더욱 다채로운 관광지가 아닐 수 없다.
파리 관광지 중 넘버 원.
몽마르뜨 언덕과 사크레쾨르
높은 곳에 올라가서 전체를 조망한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
더군다나 조망할 도시가 새로운 관광지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높은 탑 혹은 빌딩의 입장료나 과한 산행길 등의 이유로 계획에서 드롭시키기도 하는데,
몽마르뜨 언덕은 마실가듯이 올라가 산 정상에 오른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이건 뭐...
잘나가는 사람 주위에 파리도 많이 꼬이듯이,
프랑스 파리에는 정말 많은 파리 떼가 있다는 인상을 잔뜩 받는다.
이미 노트르담 성당의 어마어마한 조각들을 본 터라, 별 감흥이 없다.
성당 내부 사진을 전혀 찍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성당에선 내부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면 특별히 볼것이 없었거나.
몽마르뜨 언덕 측면에서 바라본 도시.
나처럼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유럽 관광지의 여러 성당을 돌아볼 수록 성당 내부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다.
각 성당의 역사를 많이 알고 왔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일행이 성당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몽마르뜨 언덕 근처를 산책하는데
한쪽으로 난 언덕길 너머가 아름답다.
멍하니 언덕아래를 보는데,
온 익스트림 스포츠맨같은 두 친구가 오더니 오토바이로 언덕을 내려갈 것만 같은 기백을 내뿜는다.
알고보니 젊은 영화 감독과 로케이션 디렉터처럼 장소를 픽업하기위한 체크였다.
앵글을 여러 번 확인하더니
이 장소면 괜찮은 것 같다는 듯한 사인을 주고 받으며 떠났다.
서로 뽐내지 않는 아기자기한 간판들이 이쁘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파리 관광지가 한정되 있다보니 이미 보았던 한국인 관광객들을 여러번 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