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네고 후 본격적인 아유타야 여행이 시작되었다!!
사방이 뻥 뚫려 있어 달리는 내내 매연도 함께 맡게 되었지만 상쾌한 바람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일분 일초가 아깝게 바삐 돌아가는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쓰잘데기 없는 인생 얘기들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지 참 즐거웠고 행복했다.
이미 운전 기사 친구가 제안해준 여행 루트에 따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디로 갈지 무엇을 볼지 크게 생각지 않았다. 그 동안 사진을 찍으며 주변 구경만 했다.
그러는 사이 첫 번째 유적지에 도착했다.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조금만 이동해도 다시 목이 타곤 했는데 태국에서 싼 과일을 많이 먹으라던 조언을 생각하며 주로 과일 스무디를 먹었다.
우리가 비교적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비교적 한산했다. 한산한 교외 분위기에 따스한 햇살까지 더해져 너무도 포근했다.
아유타야는 과거 부흥했던 왕조의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는 방콕 근교 여행지로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 일본으로 치면 교토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외국인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를 이뤘다. 유적지의 사연을 구구절절 들었는데 지금와서 포스팅 하려보니 누구에게 들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하나도 남지 않는다. 이게 그때그때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유적지의 핵심은 이 건물이다.
건물 주위로 수많은 부처상이 노란 옷을 입고 있다. 왜 노락색 옷을 입혀놓았는지는 모르겠다. 태국 국왕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같은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벤쿠버 어학연수 시절, 한 태국 친구가 발표 주제로 태국 국왕을 소개하며 그가 태어난 요일의 상징 색이 노란색이기 때문에 노란색은 태국 국왕의 색이라 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멀리 보이는 저 계단으로 건물 위로 올라갈 수 있다.사진에서 보니까 땀에 젖은 티셔츠가 매스껍다.. 참 덥다 태국은.
입구에서부터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흥이 난 관광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이곳에선 유독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건축물 입구에 쭉 뻗은 계단 길이 참 멋스럽다. 세월에 닳아 해진 계단도 운치가 있어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게 된다.
입구 안쪽에 무엇이 있을지 마음을 졸이며 들어갔다가 실망한 기억이 난다. 무엇이었는지는 가물 한데, 단순한 부처상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옥상에 올라가 찍은 장엄한 전경들이 더욱 황홀했다. 멀리 계단 밑에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것이 보였는데 담 위에 올라간 것이 큰 무례는 아니었을 거라 조심스레 변명해본다. (실제 태국 친구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얘기해주었다.)
미지의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위와 같이 세 갈래로 길이 나뉘어지고, 양 옆 길을 통해서 옥상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옥상에서 바라본 전경들을 잠깐 구경해보자.
건물 전면
후면
측면
측면을 구경하는 외국인 관광객
건물 옥상에 솟아있는 기둥
사원 전경. 중앙의 부처를 포위하듯이 사방을 조그만 부처상들이 두르고 있다.
일거수 일투족을 찍고싶은 형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많이 얻었다. 경험도 결국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잊혀지기 때문에 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겨놓는 것도 내겐 추억의 일환이다. 언제든 그것만 보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그래서 찍는 것, 찍히는 것 모두 좋아하는 형과는 의기투합이 잘되어 좋았다.
내려가는 계단에서
쭉 펼쳐진 평지 덕분에 높은 건물 위에 올라가면 저 멀리까지 훤히 볼 수 있다. 덕분에 방콕 시내에서 시간과 일정에 쫓기며 의욕만 앞세울 때는 몰랐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여행 왔다는 것을.
여행을 가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발전한 도시는 세계 어느 도시를 가든 이젠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우리에게 익숙한 패스트푸드 점과 카페가 곳곳에 위치해 있어서 낯설지가 않다. 게다가 유명한 관광지로 발전한 지역에는 리조트와 여행 패키지가 들어서며 여행지 고유의 정치와 느낌이 사라져버린다.
반면 관광 상품화가 덜 된 지역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자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아유타야 같은 방콕 근교 여행도 카오산로드에서 벤 서비스를 이용하여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여행자들을 묶어 한번에 목적지까지 날라주는 교통 서비스 정도의 기능만 한다. 혹은 우리처럼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벤을 타고 하차한 후에 툭툭 기사와 목적지를 조율하여 자유롭게 여행할 수도 있다.
현지 교통 편을 물어가며 여행하다보니 아유타야에 도착했을 때부터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지만 우린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아둥바둥 하려다보면 그게 또다시 일이 되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맨발로 충분히 이 곳을 걸어 다니다가 싫증이 날 때 즈음에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