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방콕 근교, 아유타야에서 바람을 씌고 왔던 것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깐짜나부리에 가기로 의기투합했다. 아유타야에서는 태국의 옛 사원과 왕국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면, 깐짜나부리에서는 살아있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깐짜나부리로 가는 방법도 우리 앞 집 마사지샵 친구들한테 문의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아유타야에 갔던 것처럼 Victory Monument 역에서 바로 가는 벤이 있다고도 하는데, 우린 혹시나 싶어 여행 책자에 나온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
BTS 스카이 트레인의 종점인, Chatuchak 역에 내려 근처에 있는 방콕 버스 터미널에 가면 깐짜나부리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위 지도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곳이 Chatuchak 역이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방콕 터미널이다. 두 위치 사이의 직선거리는 1km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일분 일초가 아까웠던 우린 버스를 탔다.
앉아있는 형 머리 위로 보이는 것처럼, 버스 번호가 빽빽이 적혀있는데 책에서 타라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운 좋게도 백인 아저씨가 근처에 있어서 버스 터미널 행 버스를 아는지 물었는데, 그 분의 여자친구가 태국인이라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버스 내부는 좀 올드 했는데, 큰 창문을 통해 맞는 시원한 바람과 고스란히 전해지는 햇볕에 기분이 좋았다.
버스 비는 8바트 정도밖에 하지 않았는데, 입구의 저 포스 있는 누님에게 적당히 건네면 멋들어지게 거슬러준다.
누님이 목이 말라서 보온병을 들고 있는 게 아니다. 이건 버스 비를 받고 거슬러줄 때 사용하는 동전 통이었다. 뚜껑을 열면 빽빽하게 정렬되어 있는 동전들을 볼 수 있다. 이 버스에서 내 시선을 내내 잡아 끌었던 것은 동전 통을 능숙하게 다루는 누님의 손놀림과 자유로워 보이는 맨발이었다.ㅋㅋ
누님의 엄지 발가락의 잔상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비교적 한적한 도로에 몰려있는 핑크 빛 택시들이 멋스럽다.
버스에서 내리면 반대편에 버스터미널이 보인다.
창구에 가서 깐짜나부리 행을 물으니, 가격에서부터 시간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심지어 앉아있는 무리가 모두 같은 버스를 탈 것이라는 것도 친절히 알려주었다. 인당 60바트로 Victory Monument역에서 아유타야 갔을 때와 동일한 가격이다.
저 멀리 어떤 출입구 같은 것이 혹시 보이는가? 화장실 출입구로 사용료를 지불하면 들어갈 수 있다.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탈 사람들이 한곳에 몰려있었다. 마침 옆자리의 잘생긴 친구가 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 물으니, 수줍게 포즈를 취해준다. 목에 얼굴이 간신히 붙어있는 느낌이었다.
버스 시간에 임박해서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눈치 챘는지 친절한 사람들이 화장실 다녀올 동안 기다려주겠다 한다. 물론 미안해서 그냥 탔다.
버스 안의 빡빡함은 어제와 동일하다.
그래도 상쾌한 출발을 알리며 한 컷! 앞 자리의 수줍은 소녀가 흔쾌히 찍어주었다. 포스팅 된 글들에는 지루한 이동 과정이 묻어나지 않지만, 또 오래 달렸다.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깐짜나부리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유타야든 깐짜나부리든 그냥 하나의 지역이다. 그 지역은 굉장히 넓고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곳은 번화가이다. 여기서부터 어떤 이동 수단을 선택할 것인지 정한 후, 본격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붉은 색으로 표기 된 곳이 깐짜나부리고, 붉은 태 전체가 깐짜나부리 주이다. 우리는 전 날과 마찬가지로 가격 네고를 적당히 본 후, 우리의 일정을 고려해가며 열정적으로 코스 패키지를 추천해주는 친구와 함께했다.
아유타야에서는 볼 만한 것들이 근처에 요밀조밀 모여있는 반면에 깐짜나부리의 볼 것들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각 관광지들이 몇 km씩 떨어져있는지 기입되어 있는 리스트를 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정말 가고 싶은 두 곳 모두 너무 먼 거리므로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할 거라고 운전사가 제안했기 때문이다.
폭포냐 아니면 타이거 템플이냐…고민 끝에 루트를 정한 우리는 잽싸게 첫 관광지를 향해 깐짜나부리 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